<파워인터뷰>“아베는 가벼운 국가주의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영·경제 석학 오마에 겐이치는 지난 4월 23일 도쿄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해 “경기는 좋아졌다”면서도 “일본 국채가 폭락할 경우의 위험성이 크고, 성장 전략의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日 경영·경제 석학 오마에 겐이치

세계적인 ‘경영 구루(사상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71)는 지난 십수 년간 한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론을 제기해왔다.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을 제칠 수 없다”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주장을 잇달아 내놨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자국인 일본에서도 “일본인은 집단 지능이 낮다”(저서 ‘지식의 쇠퇴’)는 등 거침없는 지적을 쏟아내면서 독설가로도 불리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일본 도쿄(東京)의 중심가 지요다(千代田)구의 경영컨설팅·교육기업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BBT)’ 사무실에서 일본 경제와 한·일 관계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세계의 시각에서 대담한 발상으로 제언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그가 바라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했다.

기대한 대로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일본에 대해서도 치우침 없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문 분야인 일본과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원자력 발전 등 어떤 질문을 해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도중 질문과 관련된 자신의 저서를 즉석에서 꺼내보이며 설명하기도 했다. 열정적인 ‘달변가’ 오마에와의 인터뷰는 예정된 1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1년 여가 지났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의 일본 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베 총리가 제일 잘한 것은 밝은 얼굴을 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거짓말이긴 하지만 경기는 좋아졌다. 아베 총리는 민주당(정권 총리들)처럼 어둡지 않았다. (아베노믹스의 3가지 핵심 정책인)‘3개의 화살’이라는 등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잘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인은 죽을 때 1인당 3500만 엔(약 3억5000만 원)의 저축을 가지고 죽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저축, 개인 금융자산이 1600조 엔이나 있어서 소비 심리가 풀리면 돈이 나오는 특이한 나라다. 그 돈이 나오면 경기가 얼마든지 좋아지는 구조다. 그동안은 국민이 긴장하면서 미래에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해서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을 안 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가 ‘괜찮다’고 말해주면 (수요가 늘어) 경기가 좋아진다.”

―아베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될 거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사는 것이 골자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서 ‘하이퍼 인플레’(통제 불능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가 되면 안 그래도 빚이 많은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앞으로 일본 국채가 폭락할 경우엔 국채를 배터지게 먹어치운 일본은행과 일본의 시중은행들의 뱃속에서 폭발할 수 있다.

그러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에는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양적완화를)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계속 하면(돈을 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구로다 총재는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화살인 성장전략이다.

“(정부가)여러 가지 말을 하고 있는데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도쿄에 국제도시를 만들어서 해외법인이 투자하도록 법인세를 깎아주자고 한다. 그런데 이건 경기 살리는 것과 별 관계가 없다. 해외법인을 상대로 법인세를 인하하면 외국 기업이 아니라 일본 기업이 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이전해서 외국 기업의 얼굴을 하고 들어올 것이다. 아베 총리 생각대로 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 의미가 없는 일인 거다.

(지난해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발표됐던)인터넷에서 의약품을 팔아도 된다, 이런 건 성장전략이 아니다. 어차피 살 약이면 약국에서 사든 슈퍼마켓에서 사든 똑같은 양이 아닌가. 이런 게 성장전략에 들어간 것은 (전자상거래기업)라쿠텐(樂天) 회장인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가 아베 총리 자문기구인 산업경쟁력회의에 멤버로 들어가 있기 때문일 뿐이다. 아베 총리는 자기 스스로 성장전략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 회의 멤버들이 마음대로 말하면 그게 성장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의 한국 정부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한국이 내걸었던 개혁 정책들이 오히려 일본에 적용 가능한 성장전략이라는 설명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시대가 왔을 때 두 가지 일을 했다. 첫째, 기업의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둘째, 용적률을 늘렸다. 이건 일본에서도 먹히는 정책이다. 투자를 늘리는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하지 않으려고 해서다. 공무원들은 규제를 갖고 있으면서 (기업의) 부탁을 받고 관리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일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렸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아베노믹스가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3%포인트 때문에 사고 싶은 것을 안 산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금 인상 전에 TV 등 당장 필요없는 물건을 미리 산 사람들이 당분간 소비를 줄이는 반동은 있겠지만, 몇 달 내로 소비 흐름이 돌아올 것이다. 소비세 때문에 경제가 잘못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예정대로 내년에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할 경우에는 어떤가.

“10%로 인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8%로 소비세율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2년 말 민주당 정권이 해산할 때 해산 조건으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년에는 자민당이 계속 집권하는 상황 아닌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올린다면 타격이 클 것이다. 10이라는 숫자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있다. 10%가 되면 0에서 10이 된 것 같은 심리적 충격이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때 필요한 물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나누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한다.”

―금융완화 이후 엔화 약세로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본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베 정권은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여전히 많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의 정부 대응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 했다. 정부가 ‘그동안 이런 부분을 잘못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밝히면 될 일인데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국민이 거짓말쟁이 정부라고 생각하게 됐고 이제는 안 믿는다. 나는 국민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원전 재가동에 대해 반대하는 건가.

“재가동에 대해서 묻는다면 현재로선 반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판단하느냐 하는 커뮤니케이션 체제에 대한 약속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그걸 안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후쿠시마 때처럼 또다시 잘못된 정보로 판단하고,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난하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안전해졌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안 돼 있는 거다.

아베 총리는 지금 재가동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재계에서 원전이 없으면 힘들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재가동을 하려면 반드시 사고 대응 시스템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원자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원전이 있어도, 없어도 관계 없다. 어떻게 해서든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 그런 필요성은 없다. 일본인은 목표가 주어지면 달성한다. 전력 소비량을 30% 줄이라고 하면 줄일 것이다. 지금 원자력 비율이 딱 34%다. 원자력이 없다고 해도 에너지 절약 상품과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부터 일본의 50개 원전을 폐로(廢爐)하기 시작한다면, 일본의 폐로 기술이 세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다.

다만 지금 일본은 하루에 100억 엔씩 액화천연가스(LNG)를 사고 있다. 연간 3조6000억 엔의 큰 비용이 무역적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도 있다. 그래서 당분간은 원자로를 가동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아베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나.

“영 못쓰겠다. 감각이 전혀 이해가 안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베 정권 출범에 앞서 나도 아베 총리 지지 그룹에 들어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그때 ‘그 사람은 좀 위험하다’며 빠지겠다고 했더니 (아베 총리 측 관계자가)‘총리로 일하는 동안에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안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에 주가가 오르고 상황이 좀 좋아지니까 참배했다. 야스쿠니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전쟁 신사다. 전쟁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을 데려와서 싸우다 죽으면 영령이 돼서 이곳에 올 것이라고 기합을 넣는 그런 목적의 신사인데, 그런 곳에 가서 세계 평화를 빌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야스쿠니 참배는) 아베 총리 자신의 개인적인 어젠다였다고 생각한다. 족보를 봐야 한다. 할아버지가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아베 총리는 아주 가벼운 국가주의자다. 굉장히 천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일본을 사랑한다면 그런 행동은 못한다.”

―아베 총리의 인기는 경제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 가장 큰 배경인가.

“그게 가장 크겠지만 ‘한국과 중국에 오랜만에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왔다’, ‘당분간은 내버려두자’ 이런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지금 한국이 해달라는 대로 해도 한국은 우리를 안 좋아할 거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베 총리의 지지율) 60%라는 얘기다.”

―아베 정권이 오래 갈 것 같은데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본에서는 오래 가더라도 5년이다. 한국도 그때쯤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마찬가지니까 다음 (집권하는)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브랜드가 되었기 때문에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위한 일이 아니지만 정치인들은 인기가 오르면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그는 곧이어 한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일본인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더라도 경제, 문화 분야에서는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전에도 우리 동네에 한류스타 걸그룹이 왔었는데 젊은 친구들 5000명이 몰려왔다. 안타깝지만 한국은 경제의 한국, 정치의 한국, 한류스타의 한국, 이렇게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이른바 ‘헤이트스피치’(인종차별 연설)가 나오고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고, 넷 우익(인터넷상의 우익세력)이라는 게 대단하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한다.”

―2009년에 발간한 저서 ‘지식의 쇠퇴’에서 한국을 글로벌화에 성공한 나라로 꼽았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그대로인가.

“한국은 외환위기에 굉장히 잘 대응했다. 정보기술(IT)화, 영어 중시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이 지금 한국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들은 일본 학생에 비해 몇 배나 훌륭했다. 일본에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없다. 한국 학생들은 ‘스스로 살아나가겠다’, ‘여기서 안 되면 해외에 나가서 살아가겠다’ 이런 인식이 강했다. 국가 자체는 좋아지지 않았다 해도 인재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한국 인재들에게 부족한 부분은 없나.

“인재의 미국화가 지나치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학생들이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지만, 일본은 모른다. 과거 한국은 일본을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관심이 없어졌다. 지금 발현되는 한국의 강점은 일본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에서 교육을 받았고, 일본의 전후 제1세대와 비슷한 능력을 갖췄다. 그분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에서 배운 것이 컸다. LG도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관계가 지금의 힘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배워서 한국이 강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인재가 몰려드는 미국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공부해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사례는 인도인 정도다. 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일본을 넘어서면서 글로벌화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원점을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은 잊고 있다. 일본에도 미국과 비슷한 정도의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일본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회사들이 많다. 지금은 너무 미국 쪽으로 치우친 것 같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 한국에서는 글로벌 국가는커녕 ‘삼류 국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보인다. 승무원 훈련은 삼류였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업무 표준도 없고 훈련도 없이 몇백 명을 태우고…. 삼류 국가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한국은) 기초적인 부분이 안 되어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 시스템, 회사 경영진, 놀라울 정도로 적당주의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기업면에서는 역시 삼성의 존재가 너무 크다. 삼성에서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가 잘못하면 한국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진다. 현재는 이 회장의 힘이 엄청나게 강하다. 잘될 땐 좋지만 이후에 이 회장에 견줄 만한 뛰어난 리더가 나올까 하는 부분은 일본의 경험에서 미뤄봤을 때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일본도 전후에 대단한 리더들이 있었지만 후계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삼성은 스마트폰으로 시프트를 잘했지만, 이제 스마트폰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삼성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다음 대응책은 특별히 없어 보인다. 오히려 LG는 화학부문이 있고, 백색가전이 강하다. 누구 한 명이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중소기업이 약하다. 중소기업이라기보다는 하청업체 같은 느낌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업으로서 서로 존경하면서 관계를 맺는 느낌이 아니다. 이 부분이 일본과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이 회사가 망해도 다른 회사가 있다. 미국도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한국은 재벌이 몇 개 무너지면 안 되는 구조다.”

―일본, 한국 기업들의 핵심 시장인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기가 과거 4∼5년 전 정도가 아니겠나. 앞으로는 버블경제 이후 20년간 경제가 악화된 일본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 아닌가.

“그렇다. 별로 좋은 뉴스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등 기대되는 시장이 있다. 핵심 시장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아갈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갔다가 나중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과거 도쿄(東京)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당시 시민정책집단 ‘헤이세이(平成)유신회’를 만들어 일본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선언했었다. 그 이름을 물려받은 정당이 바로 일본유신회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시장은 일본유신회 전신인 오사카유신회를 만들면서 오마에에게 ‘유신회’라는 이름을 써도 되는지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하시모토에게 정책 조언을 하면서 친분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하시모토의 간판 정책인 ‘오사카도(都)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과거에 하시모토 시장을 지지했었는데.

“오사카도 구상에 대해 기대를 했었다. 새로운 행정구역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 그를 높이 샀었다. 여러 가지 조언도 했었고. 그런데 지난해에 하시모토가 이상한 얘기를 하더라(지난해 5월 하시모토 시장은 군 위안부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주일미군에게 ‘풍속업(유흥·성매매업)을 활용하라’고 제안해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내가 오사카 시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느냐, 그런데 왜 문제를 일으키느냐고 지적했는데도 계속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그래서 그때 관계를 끊었다. 역시 상식이 부족한 것이다. 주일미군에게 풍속업소에 가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정치인감이 아니었던 거다. 그냥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이었다. 둘이서 얘기해보면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자꾸 했다. 그런 사람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면 피곤해진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 정치에 관심을 보이면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안철수가 새로운 당을 만들었더라. 나는 그 사람은 (정치권에서)돌파해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사람(김한길 공동대표)과 둘이서 같이 당을 만들었는데 캐릭터가 다른 사람 둘이 모이면 잘 안 된다. 그 사람은 아마도 궁극의 자신감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사결정이 안 되는 것 같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자신감이랄까, 신뢰랄까 시민 입장에서 ‘이 사람이라면 따라갈 수 있다’ 그런 느낌이 없다. 지금부터 생각하겠다,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 그런 식의 태도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새로운 정치 스타가 나오는가 기대했었는데 안타깝다.”

도쿄 = 인터뷰·사진 김하나 기자(국제부)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