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 “팽목항 울음소리 계속 들려 고통 속 나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에 외국인 조문객들이 남긴 추모의 글이 붙어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이후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이 대리외상증후군(사고 당사자가 아니지만, 간접경험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현상) 등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참사의 슬픔과 고통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서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약 열흘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지난 4월 27일 서울로 돌아간 유모(여·31) 씨는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잠을 이룰 수 없는 등 심리적 불안 증세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 씨는 “진도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학생들의 시신이 바다에 떠오르는 꿈을 꾸는 등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팽목항에서 들었던 부모님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평상시 생활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밀려오는 슬픔에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최모(32) 씨도 “처음에는 실종자 가족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왔지만,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같다”면서 “시신이 수습됐다는 말을 들으면 손이 떨리고, 수습 소식이 없을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강완수(상담심리학) 호서대 교수는 “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대리외상증후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과 비슷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물론, 평상시에도 불안이 계속되는 범불안장애를 겪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심리치료 및 상담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씨는 “팽목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에 위치한 심리상담소의 경우 1차적 대상자가 실종자 가족이라 봉사자가 들어가 상담을 신청하기엔 눈치가 보인다”며 “나보다 더 힘들 부모들도 심리치료를 안 받고 있는데 그 옆에서 내 슬픔을 호소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까지 실종자 가족 가운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심리치료를 받은 인원은 단 두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