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주류>‘안정’ 버리고 ‘도전’… 인터넷·모바일 창업 ‘1兆 클럽’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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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김범수, 이준호, 김정주, 박관호….’

2000년대 들어서면서 ‘모태 재벌’ 외에 ‘신흥 자산가’들이 탄생하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포털과 게임 업체를 맨손으로 일군 창업주들이다. 이들 신흥 자산가들은 기업 문화나 조직 운영면에서도 기존 재벌들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한국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경쟁사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거침없는 행보도 이들의 특징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2000년대 신흥 자산가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만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꼽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 의장의 보유주식 평가액(2월 말 기준)은 1조320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벤처 기업에서 출발한 만큼 이 의장은 조직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최근 네이버는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셀’이라는 신규 조직을 만들고 팀제를 폐지하는 등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셀은 일종의 사내 벤처로 셀 리더들은 최고 단위인 본부장과 직접 소통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셀을 이용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카카오가 상장을 하면 주식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4월 말레이시아의 버자야그룹이 카카오의 주식을 주당 9만 원에 매입하면서 5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김 의장의 지분 평가액이 1조3000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이 의장과 삼성 입사 동기인 김 의장은 삼성을 박차고 나와 1998년 국내 최초 인터넷게임 포털인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을 세웠다. 그후 2000년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시키고 NHN 공동대표가 됐다. 그러나 김 의장은 2008년 NHN을 또다시 퇴사, 2010년 카카오를 창업한다.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는 언제나 안전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 그가 NHN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남긴 말이다.

밖에서는 김 의장이지만 회사 내부에서 그는 ‘브레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범, 이석우 공동대표도 사내에서는 ‘JB’와 ‘비노’로 통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표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하기 힘들지만 ‘비노, 그건 아닌 것 같아요’는 쉽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평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게임 업계에도 1조 원대 부호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은 올해 1조 클럽에 새롭게 가입했다. 2월 말 기준 이 의장의 주식 가치는 1조635억 원이다. 숭실대 교수 출신인 이 의장은 네이버 설립 초기 검색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바지한 공로로 스톡옵션을 받았고 현재 NHN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의장은 검색 기술 전문으로 NHN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초기 성장을 주도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엠파스의 자연어 검색과 네이버 검색엔진을 만든 개발자로 국내에서는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넥슨의 지주회사 격인 NXC의 김정주 회장도 1조 원대 부자로 알려져 있다. 재벌닷컴이 2012년 6월부터 2013년 5월 말까지 1년간 재산가치를 평가한 결과, 김 회장은 개인 재산이 1조9020억 원에 달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카이스트를 나온 김 대표는 1994년 넥슨을 설립해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발표했다. 이후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을 내놓으며 게임계의 ‘지존’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들어서는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2004년 위젯 인수를 시작으로 2005년 넥슨모바일, 2006년 두빅엔터테인먼트, 2008년 네오플, 2010년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특히 2012년에는 경쟁사인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게임업계 판도를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결합과 다를 바 없었다”면서 “김 회장의 시도에 당시 업계는 완전 패닉 상태였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창업주 박관호 이사회 의장도 3000억 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신흥 부호로 꼽힌다. 박 의장은 온라인 게임이 주력이었던 2010년부터 별도의 모바일게임 개발 조직을 발빠르게 신설, ‘캔디팡’ ‘윈드러너’ 등 잇달아 히트작을 내놓으며 위메이드를 모바일 게임 선두 업체로 만든 주인공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