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포기 선생님 구명조끼 벗어주며 “빨리 나가라”

325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제주 수학여행길에 나섰다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12명의 경기 안산 단원고 교사들은 천생 선생님이었다. 사고가 나자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웠던 세월호 맨 꼭대기층(5층)에 머물고 있던 여교사들까지 제자들이 몰려 있던 4층으로 내려가 구조활동을 벌이다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교육부가 구조된 2학년 학생 등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단원고 실종·사망 교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수학여행에 동행한 교사들은 사고가 발생하자 5층에서 제자들이 있던 4층으로, 4층에 있던 교사들은 4층이나 3층으로 내려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난간에 매달린 제자들을 탈출시키는 등 학생들을 챙겼다. 특히 교사들은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준 뒤 “탈출하라”고 소리치며 출구 쪽으로 떠밀어냈다.

교사들 가운데 5층에 머물러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김초원(화학) 3반 담임교사와 이지혜(국어) 7반 담임교사, 최혜정(영어) 9반 담임교사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제자들이 있는 4층으로 뛰어 내려가 구조활동을 벌이다 숨졌으며 이들과 함께 달려갔던 유니나(일본어) 1반 담임교사와 전수영(국어) 2반 담임교사는 아직도 실종상태다. 또 5층의 로열룸을 여교사들에게 양보하고 4층에 머물렀던 김응현(화학)·박육근(미술)·이해봉(역사·5반 담임)·남윤철(영어·6반 담임) 교사는 사고 직후 난간에 매달린 제자들을 탈출시키는가 하면 객실에 갇힌 제자들의 비상 탈출을 도운 뒤 다시 배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특히 실종된 양승진(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고창석(체육) 교사는 자신들의 구명조끼조차 제자들에게 대신 입혀 밖으로 내보낸 뒤 물이 차기 시작하는 방 안에서 추가로 제자들을 구하려다 물에 빠진 것으로 학생들은 증언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