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억누르고 순응하게…’ 모든 감시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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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 모던타임스

2013년 6월.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인해 NSA의 불법 전자감시프로그램 ‘프리즘(PRISM)’의 존재가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 주요국가들의 고급 정보를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수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방지를 위해 국가의 정보감시에 비교적 관대했던 미국 국민들조차 경악했다. 전 세계 온·오프라인에서는 인권과 프라이버시 침해 및 국익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신간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이 거대한 폭로가 일어난 과정을 담고 있다. 스노든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이를 전 세계에 알린 ‘가디언’의 저널리스트(외부 칼럼니스트) 글렌 그린월드가 책의 저자다. 일명 ‘스노든 사건’이 발생하기 6개월 전인 2012년 12월 그는 ‘킨키나투스’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군가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킨키나투스는 기원전 5세기 도시 방어를 위해 로마의 임시 집정관에 오르지만 전쟁이 끝나자 정치적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농부의 삶으로 돌아간 인물이다. 킨키나투스는 그린월드에게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화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면 자신의 의도를 밝히겠다”고 했다. NSA의 전방위적 정보수집에 대한 폭로가 시작되는 첫 순간이었다.

이후 암호화 프로그램의 보호 아래 킨키나투스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그린월드는 2013년 5월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와 함께 홍콩 주룽(九龍)지구로 향한다. 아이디 킨키나투스의 스노든은 NSA에서 비밀 문서를 가지고 나와 이곳에서 숨어지내고 있었다. 셋은 만나 곧바로 인터뷰 동영상을 촬영했고 관련 기사 작성을 시작했다. 책에는 이 과정에서 가디언이 법률자문을 받고, 미국 정부에 반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순간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린월드는 가디언이 기사를 내보내지 않으면 ‘살롱’이나 ‘네이션’ 등 다른 언론을 통해 기사를 내보내거나 자체 웹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기사를 올리겠다고 압박했고 결국 가디언은 빠르게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이 덕분에 2014년 퓰리처상의 주인공은 가디언에 돌아갔다.

하지만 스노든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스노든은 러시아에 망명한 상태고, 이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냉랭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스노든은 미공개 문서 170만 건을 가져갔으며, 추가 폭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반해, 국가의 공공연한 정보감시의 일상은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린월드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며 책에서 스노든 사건의 전말과 함께 프라이버시의 중요성, 과도한 국가 감시의 위험성도 짚어낸다. “모든 비양심적인 권력은 대규모 감시의 유혹을 받는다. 모든 사례에서 목적은 같다. 반대자를 억누르고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까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지는 등 국가의 불법 감시 문화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국가 감시에 대한 고민이 점차 깊어질 것이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고 말하는 이 책을 집을 이유가 충분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