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동맹’ ‘中 동반’ 사이서 고민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양대 블록을 형성해 동북아 안보와 경제영역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한 고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안보동맹을 공고화하면서도 중·러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강화를 통해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묘안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동북아평화구상이라는 큰 틀의 어젠다는 던져놓았지만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간 균형 차원을 넘어 지역의 안정적 균형 전략 추진을 충고한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핵 문제를 고리로 중·러를 끌어들여 동북아 집단안보체제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중 전략대화를 정례화시켜 안정적인 고위 채널을 만들려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동북아를 무대로 벌어지는 진영 간 대결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러시아의 호응을 토대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의 안보 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한 것은 의미가 간단치 않다. 이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한·미·일 3각협력을 ‘신(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동맹’으로 간주하고, 냉전시기 구 소련이 주도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비견될 정도의 아시아 지역다자 간 안보기구 구상을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이미 경제영역에서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차원적인 ‘대미(對美) 대응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의 CICA 구상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의 성격도 있다.

중·러 연합군사훈련 지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도 멀지 않은 구역인데다 한·중·일 방공식별구역(ADIZ)과 일부 중첩된 것도 의도적인 ‘판 흔들기’ 차원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이 ‘신 냉전체제’에 버금가는 강한 결속력의 다자안보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 러 간 안보협력은 역사적 감정의 골이 깊고 서로 전략적 부담도 많아 한계가 있다”면서 “한·미 및 미·일 간 고강도 동맹과 비교할 수준으로 발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국은 미·중 사이의 균형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안정적 균형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주변 4강 틈바구니에서 지역의 균형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승배·박세영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