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비틀스 해체 후의 시간은 지옥이었다”

폴 매카트니 / 톰 도일 지음, 김두완·이채령 옮김 / 안나푸르나

‘레전드’를 보기 위해 ‘광속’의 클릭으로 티켓예약에 성공한 4만 명, 그리고 오매불망 취소표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어쩌면 슬픔을 증폭시킬지도 모를 일이지만)가 되기를.

오는 28일로 예정된 폴 매카트니(사진)의 첫 내한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앞서 열리려던 4회의 일본 공연도 모두 무기한 연기. 그는 지금 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 중이라고 한다. 보다 감동적인 공연관람을 위해 집어들었던 책이 이젠 아쉬움을 달랠 위안서가 돼 버렸다.

하지만 공연 여부와 관계없이, 이 책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국내 최초 폴 매카트니 도서라는 것뿐 아니라, 비틀스 해체 후 폴이 ‘위대한 밴드’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고 분투한 1970년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팀 해체를 비롯해 존 레넌과의 대립, 그리고 그의 죽음 등으로 매카트니가 가장 극심한 심적 동요를 겪었던 시기이다. 또 영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서 출간된다는 점도 한국 팬들에겐 특별하게 다가온다.

“비틀스 해체와 관련된 소동을 겪는 와중에 자택에서 몰래 솔로앨범을 녹음하셨죠?” “당신과 존 사이에 생긴 불화는 아주 공공연하게 드러났어요.” “1970년대에 낸 곡들을 다시 들어보면 존, 그리고 심지어 조지의 작품에 비해 가볍게 들린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마리화나 소지로 공항에서 체포된) 1980년 일본,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존의 죽음이 개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영국의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2006년부터 매년 수차례 매카트니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멤버답게 유머와 재치로 이를 받아 넘기기도 했고, 때론 적의에 찬 대답으로 질문자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는 솔로앨범 녹음 당시를 “지옥을 지나면서 치료를 받는 것 같았어요. 제 생애 최악의 시기였죠”라고, 존 레넌과의 불화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가족과 다투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걸 공개적으로 한 거고요”라고, 또 마리화나 소지로 일본 투어가 취소됐을 때는 “도쿄(東京)의 내막이랄까. 내부자의 관점! 젠장!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라고 회고했다. 팬이라면 늘 궁금해하면서도 (듣고 나면) 불편할지도 모를 ‘실체적인 답변’. 그러나 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그려진다. 존의 위압적인 태도에 언제나 두려움을 갖고 있던 심리라든가 반목이 유지됐던 시간에도 그 둘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우정, 순애보와 같은 두 번째 아내 린다와의 사랑 등 소중한 에피소드들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특히, 존 레넌의 죽음 후 매카트니가 ‘윙스’의 멤버 데니 레인에게 했다는 고백은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뭐 하나 말해 줄까. 이제 앞으로는 그 누구와도 그렇게 오랫동안 거리를 두는 일은 없을 거야. 쌓인 감정을 풀기도 전에 그 사람이 죽어버리는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