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對北 최고정보기관이 해야 할 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미국 백악관은 최근 중앙정보국(CIA)이 국제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데 기여한 백신접종 사업을 첩보활동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러범을 체포하는 합목적성이 있지만 질병을 확산시킨다는 도덕성에 대한 비난 때문이다. CIA의 이 결정은 최근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정보활동의 위법성 논란에 처한 국정원장이 결국 교체됐다. 정보기관의 활동이 합목적성을 갖지 않는다면 아무리 중요한 국익 업무라 할지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보기관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 등 타국에서의 정보활동을 일일이 실정법으로 재단한다는 현실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 불평하지 말고, 설명하지 말고 변명하지 말라’는 정보 교훈을 곱씹어볼 수밖에 없다. 실정법을 벗어난 권위주의 시대의 정보활동은 이제 한계에 왔다. 인터넷으로 정보 사항이 확산되고 공유되는 현실은 어떠한 기밀도 유지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조치에서 보듯이 어느 국가도 우리의 정보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 과거처럼 문서를 가공하는 정보활동은 보호되기 어렵다. 21세기 정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불안정성 증대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주변 동북아의 정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정보기관 활동을 강화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조직의 수장이 경질됐지만 국정원은 이번 간첩 사건을 계기로 국익을 추구하는 대북(對北) 최고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향후 다음과 같은 활동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우선, 국정원 활동의 최우선 과제는 대북 정보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분단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사전 정보 수집은 필수 과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젊은 지도자의 움직임과 심리 상태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평양 권부 내부의 동향 파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기관 내부의 자질구레한 다양한 업무를 정리해 평양이라는 한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 간첩 사건 공방으로 휴민트(HUMINT) 등 정보 수집 인적 네트워크가 노출되고 붕괴됐다. 이를 회복하고 재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세곡동은 존립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보기관 수장은 침묵하되 유연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북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의 의식이 정보활동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지난날과 같은 편법과 비정상(非正常)은 이제 더 이상 관용받기 어렵다. 어려운 현실이 정보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나 불가피하다. 고도의 정보 습득 기술과 치밀하고 다양한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 더 이상 낮은 단계의 단순 첩보 수집 활동은 존립하기 어렵다. 내부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강도 높은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요원의 활동 기준은 합법성과 도덕성이다. 정보기관의 요원들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정보활동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시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고의 노력으로 과학적이고 세련된 정보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제 국민소득에 걸맞은 정보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각종 장비와 첨단 기법으로 무장해야 한다. 신분증만으로 정보활동을 하던 중앙정보부식의 정보활동은 종결시키고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정보활동은 이제 막을 내리고, 보다 멋지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보기관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