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뛰는 檢 위에 나는 兪… 유씨 머문 자리마다 범법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은신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남 순천시 서면 17번 국도변에 위치한 한 식당. 김선규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인 비호를 받으며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이를 뒤쫓는 검찰이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면서 추격전의 긴박감도 더해지고 있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을 바짝 따라붙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매번 한발 늦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7일 검찰과 구원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세월호 침몰 이후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머물렀던 유 전 회장은 지난 17일 금수원 인근 호미영농법인 소유의 별장으로 일단 몸을 숨겼다. 검찰이 19일 별장을 덮쳤을 때 유 전 회장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검찰은 이후 유 전 회장이 수도권 소재 신도의 집에 머물다 순천지역으로 이동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25일 오후 6시를 기해 유 전 회장에 대한 현상금을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구원파 내부의 신고를 기대했다. 이날 저녁 전남 순천시 서면 송치재 휴게소 인근 폐식당에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날 오후 9시 현장을 덮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 전 회장이 한발 앞섰다. 현장에서는 유 전 회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여행용 가방이 발견됐고, 책상 위에는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구례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 일대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전담 검거팀을 이끌고 있는 주영환 인천지검 외사부장이 26일 순천지청에 내려와 검거를 지휘하고,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검거팀도 이날부터 순천·구례 일대를 샅샅이 훑고 있다.

구원파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지원하면서 유 전 회장이 머문 길목마다 범법자로 전락하는 신도들도 늘어나고 있다. 검찰이 27일 오전까지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혐의로 체포한 사람은 확인된 것만 7명이다. 금수원에서 유 전 회장에게 전달할 물품을 챙긴 호미영농조합 이사 한모(49) 씨, 이를 전달한 구원파 전남동부 총책임자 추모 씨, 차명휴대전화를 건넨 변모 씨 부부, 미국 시민권을 가진 30대 여성 신모 씨, 이재옥 해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등이다. 서울 염곡동 자택관리인 이모(51) 씨는 장남 대균(44)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의 송치재 휴게소 인근 가정집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구례군 방향으로 이동할 때도 운전사와 수행원 등 측근 2명과 함께 구원파 신도 소유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 역시 체포되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동하·정유진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