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김형성 프로의 ‘남다른 국내대회 사랑’

생각할수록 기특한 선수입니다.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형성 프로 말입니다. 그는 5월 첫째주 JGTO 더 크라운스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곧바로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는 3주 동안 매경오픈, SK텔레콤오픈 그리고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까지 내리 출전했습니다. 침체에 빠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활성화를 위해 일본을 포기하고 국내팬들 앞에 선 것입니다. 그는 3개 대회에서 우승 한 번 못하고 명성에 걸맞은 변변한 성적조차 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선수로 뛰게 해준 대회 스폰서와 대회를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우리가 봐오고 경험했던 일부 해외파 선수들의 행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많은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한일여자골프 대항전이 열렸을 때 일입니다. 대회를 주최했던 핀크스골프장 측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한국대표팀에 선발됐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일부 톱랭커가 출전료 없이는 못나온다는 요구로 주최 측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를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또 다른 LPGA의 선수들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면서 같은 요구를 해오는 통에 대회가 무산될 뻔했습니다. 보통 대회도 아닌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항전에서 뒷돈 추태라는 언론의 질타와 여론에 떠밀려 이들 선수는 항공 요금과 체재비 일부 등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첫 대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요즘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뛰던 선수 중에는 ‘비자 연장’이나 ‘휴식’을 위해 한 두 주쯤 한국에 들어올 때면 대회 스폰서로부터 출전 교섭을 받고는 ‘출전료’를 요구해 왔고, 성사되지 않으면 집에서 ‘노는 한’이 있어도 대회장엔 얼씬도 하지 않았던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프로 선수가 응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수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우리네 정서인 것도 사실입니다.

3주 동안의 국내 대회 출전을 마친 김형성은 30일부터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 출전키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는 이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일본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등 6주간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는 이번 외유로 인해 JGTO상금랭킹 1위(2823만 엔)자리를 추격자(2819만 엔)에게 위협받고 있어 이번주에 뒤집힐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변에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나를 있게 해준 한국 남자골프의 발전을 위한다면 때론 나만을 위한 것은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그의 듬직한 스폰서가 된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대회 스폰서들도 그를 향해 “알면 알수록 멋진 선수”라는 칭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