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교육감 주요 기준은 철학과 삶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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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이화여대 교수·행정학

내일은 앞으로 4년 간 지방교육을 이끌고 갈 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이다. 정부가 사전투표일을 이틀 간이나 지정하고 투표일인 4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투표를 독려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투표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각 시·도의 교육 및 학예 업무를 집행하는 시·도 교육청의 수장(首長)이며, 교육청은 지방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리고 학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교육감은 교육과정의 운영, 교육예산과 결산, 교육청 산하 각급 교원 등의 인사 및 조직, 학교의 설치와 폐지 등 유·초·중등학교 교육의 전반을 관장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법적인 책임을 지는 중차대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주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 투표에 의해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감의 자격으로는 정당원이 아니어야 한다. 다음 선거부터는 교육 경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800만 학생이 귀감(龜鑑)으로 삼을 수 있고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철학과 비전을 지닌 후보, 그리고 교육 개혁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이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실제 이번 시·도 교육감 후보로 나선 사람들은 이러한 자격에 충분한 조건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인물일 것으로 믿고 싶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검증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의 타당성과 현실성, 그리고 우선순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도지사나 시·군·구 자치단체장에 비해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 검증 과정이 차이나게 미약한 것은 문제가 있다. 매니페스토 활동도 주로 자치단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교육감에 대한 공약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주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어떠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교육을 차별화하고 또 형평성을 제고할 것인지는 리더십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기 때문에 공약 검증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약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교육의 수장은 자치단체장과는 달리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들의 교육철학과 삶의 궤적도 매우 중요한 평가요소가 돼야 한다. 앞으로 아이들이 삶에서 비롯된 많은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은 그들의 삶 자체에 대해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안목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유·초·중등교육의 목적이 인격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할 때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은 건전한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자기계발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이끄는 데 앞장설 수 있는 덕목, 즉 솔선수범(率先垂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감을 공보(公報)에 나와 있는 학력과 경력, 그리고 이따금 마주치는 공약과 구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선출하도록 하는 현재의 선거 방식은 문제가 있다.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라고 비하하기도 하고, 지방교육자치법에 명시돼 있는 정치적 중립성 즉, 정당의 선거 관여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진영이 나뉘어 이념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하는 형식과 실질의 괴리도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내일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거주 시·도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들의 공보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고 인터넷 등을 활용해 출마자들의 삶의 궤적을 확인해 봐야 한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들이 선심성은 아닌지, 정말 거주 지역의 교육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지를 따져보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 한 번의 선택으로 향후 4년 간 아이들의 교육이 좌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은 곧 우리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