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수 일상으로 본 中 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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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똥장수 / 신규환 지음 / 푸른역사

20세기 초반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었던 4000∼5000명의 똥장수, 이 독특한 직업군을 통해 도시 하층민의 삶과 중국 근현대사를 조망한다. 이들은 똥지게를 지고 각 가정의 분뇨를 나르는 천한 일을 했지만 소수였기 때문에 나름의 서열과 체계가 있었다. 분뇨 보관 창고를 소유한 자본가 분창주, 일정지역의 분뇨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가진 분도주, 가정의 분뇨를 보관 창고에 운반하는 똥장수 노동자로 나뉘어 베이징의 ‘똥 처리’를 전담했다. 몇몇은 동네를 쥐락펴락하는 거부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른바 분벌(糞閥)이라 불린 분창주 위더순은 베이징 시내에 40여 채의 가옥과 40만 평 규모의 토지를 가졌을 정도다.

또한 똥장수 사회는 대부분 황허(黃河)강의 범람과 전란을 피해 온 산둥(山東)성 출신 이주민들로 구성돼, 배타적 동업자 집단을 형성했다. 시민들에게 웃돈을 요구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똥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 때문에 시정부는 분뇨수거업을 공영화하는 내용의 위생개혁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베이징 위생행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연세대 의대에서 의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이런 똥장수사(史)를 통해 베이징의 도시환경, 위생의료시스템의 발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