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길 찾는 데 ‘3초’!… ‘순정 내비’ 똑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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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차량 편의장치를 꼽는다면 단연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다. 주소나 건물명만 입력하면 지도와 음성 안내를 통해 초행길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애프터마켓(제품 판매 이후 관련 부품이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장)용 거치형 내비게이션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차량 출고 시부터 순정 매립형 제품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마트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길안내의 정확성과 정보갱신 시 편의성 등을 문제 삼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출시된 차량용 순정 내비게이션의 경우 신뢰성이나 내구성, 차량과의 정보 호환성 등에서 월등하고 길안내의 정확성 역시 동등한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현대엠엔소프트 연구원과 함께 신형 LF쏘나타에 탑승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용산구 원효로4가까지 16㎞ 구간을 주행하며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장단점을 확인했다.

지난해 8월부터 현대·기아차 최신 차종에 장착됐다는 신형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의 첫 번째 특징은 빨라진 속도였다. 간단한 경로탐색에도 5∼6초가량이 걸렸던 기존 내비게이션과 달리 목적지를 선택하자 곧바로 최단경로 및 추천경로가 떴다.

김성민 책임연구원은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한국 운전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탐색 속도를 높여 서울∼부산 기준으로 3초 이내에 경로 탐색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은 내비게이션 화면과 오디오·비디오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에는 윈도 기반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됐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바뀌면서 웹브라우저를 통하지 않고도 작은 화면으로 구동되는 위젯 기능이 추가돼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띄워놓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NRG(Narration Route Guidance)’ 안내 기능도 눈여겨볼 만했다. 여러 길이 얽혀 운전자들이 길을 잃기 쉬운 전국 420개 지점을 골라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옆에 앉아 얘기하는 것처럼 상세 설명해주는 기능이다. 예컨대 ‘잠시 후 오른쪽 방향입니다. 고가도로 아래 길이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수신이 불량할 수 있으니 갈림길에서 맨 오른쪽으로 빠져나가세요’라고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최근 개발된 내비게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자들의 최대 불만사항이었던 길안내의 정확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과거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경우 단말기 용량의 한계로 고속도로 등 큰길 위주로 안내가 이뤄지다 보니 중앙센터에서 TPEG(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 등 실시간 교통정보를 분석해 덜 막히는 길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용 길안내 앱에 비해 정확도가 훨씬 뒤떨어졌다. 하지만 신형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의 경우 실시간 교통정보는 물론 과거 운전자들의 도로 이용내역 등의 데이터를 결합한 길안내로 정확성을 높였다.

김 연구원은 “차량센서를 활용해 정확한 차량 위치 파악이 가능하고 실시간 교통정보와 함께 과거 3개월간의 5분 단위 교통정보 통계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보다 정확한 교통상황 예측이 가능토록 했다”며 “자체 테스트 결과 예상 도착시간과 실제 도착시간의 오차 횟수가 스마트폰용 앱보다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운전 결과 출발 당시 확인한 예정 도착시간과 실제 도착시간의 오차가 3분 정도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내비게이션 이용에 있어서도 국가별, 문화권별 차이가 크다는 점이었다. 유럽이나 북미 운전자들의 경우 지나치게 상세한 안내는 오히려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현지 수출용 차량에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의 경우 꼭 필요한 내용만 안내하고 있다.

반면 한국 운전자들의 경우 가능한 한 상세한 안내를 선호하다 보니 보통 하나의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만들 때 3만 단어 정도를 녹음하고 녹음기간도 20여 일이나 걸린다. 이에 따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 주요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보다 조작이 간편하고 상세한 안내가 가능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사 가입자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앱에 비해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경우 차량 구입 시 최소 수십만 원에 달하는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이와 함께 언제든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스마트폰용 앱과 달리 전용 SD(Secure Digital) 카드를 꺼내 PC에 연결해야 하는 등 업데이트 편의성 역시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단점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용 앱 확산으로 거치형 내비게이션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신차 구입 시 선택하는 순정 내비게이션 장착은 오히려 늘어 60∼70%에 이른다”며 “보다 정확하고 빠른 길안내와 3차원 지도 구현, 음성인식 등 앞으로도 내비게이션 관련 기술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