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난관에 봉착한 아베의 ‘집단 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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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정치학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일 오후 이번 국회회기 중에 처음 열린 주요 당수회담에서 현 헌법에 대한 해석 변경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입장을 정해 22일까지 각료회의 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22일 이번 국회회기가 끝난다. 아베 총리는 회기를 연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이번 국회회기 내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도록 내각 각료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지민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은 현재까지 현 헌법 아래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공명당의 논리는 ‘현 헌법을 아무리 해석해 봐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먼저 개헌(改憲)을 통해 정식 군대를 갖도록 하는 것이 도리’라는 데 있다. 이런 공명당의 입장이 22일까지 갑자기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어떤 전략이 있어 10일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번 회기 중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각료회의에서 결정한다는 것일까?

당수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야당이면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겠다는 ‘일본유신회’와 ‘모두들의 당’에 대해 “이런 양당의 입장이야말로 정치가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아베 총리의 언급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하는 야당을 평가함으로써 공명당에 압력을 가하는 작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대표가 아베 총리에게 당당하게 개헌을 발의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은 데 대해 아베 총리는 분명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아베 총리는 22일까지 공명당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크게 바꾸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다음 국회에서 계속 심의하기로 일단 결정해 놓고 국회 휴회기간에 정계개편을 추진해 공명당과의 연립을 파기하는 대신 ‘일본유신회’ ‘모두들의 당’과 새로운 연립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해서 다음 국회회기 중에 여(與) 3당의 합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게 만든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기 때문에 공명당을 버리고 다른 2개 정당을 끌어들인 정계 개편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비등할 건 당연하다. 따라서 현재 도쿄의 국회 의사당 주변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다. 아베 총리가 올해 말까지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5월 19일 자민당의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이 “중의원 해산이 집단적 자위권이나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방법 중 하나”라고 발언한 바 있다. 최근 일본에서 실시된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크게 엇갈리게 나왔다. 자민당 계열의 여론조사는 약 70%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나온 반면 야당 계열의 조사에서는 37% 정도만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가 ‘70% 찬성’을 믿고 중의원을 해산시킨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환영한 상황이지만 대내적으론 연립 여당 공명당의 신중 자세가 아베 총리의 독주를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될 것 같은 보도가 많지만 일본 내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22일까지가 승부처가 된다. 공명당이 자민당의 입장을 수용해 다음 국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느냐, 혹은 연내에 일본에서 중의원 선거가 실시되느냐 하는 데 대한 열쇠는 공명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