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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13일(金)
축구 빼고… 브라질에 대해 뭘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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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어젠다 / 릴리아 모리츠 쉬바르츠 외 지음, 박원복 옮김 / 세창미디어

서울에서 1만8000㎞가 넘는 지구 반대편, 미국과 유럽을 경유하면 비행시간만 20시간이 넘는 곳, 하지만 객관적 거리보다 문화적 거리가 더 아득한 곳.

월드컵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브라질과 브라질의 어머니땅 라틴아메리카다. 월드컵은 축구 마니아는 물론 축구 냉담자까지 열광시키지만 평범한 우리들이 알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지식의 두께는 얇고, 단편적이다.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루 코엘류, 스타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아마존의 원시림, 삼바 리듬과 원색의 카니발, 노란색 유니폼의 네이마르…. 라틴아메리카로 넓혀 봐도 파블로 네루다의 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부에노비스타소셜 클럽의 음악,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독재와 해방신학 등으로 늘어나지만 역시 라틴아메리카를 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전통 문화권도 아니고 우리 근현대화와 함께한 서구문화도 아닌 일종의 제3의, 빈 공간 같은 라틴아메리카. 월드컵 시즌에 맞춰 1, 2주 전부터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들, 여행기나 소설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를 담은 두툼한 사회 인문서들이 잇따라 나왔다.

‘브라질 어젠다’는 릴리아 모리츠 쉬바르츠 상파울루대 인류학과 교수 등 50명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화, 교육 그리고 ‘삶의 메타포로서 축구’까지 브라질의 50개 분야와 테마에 대해 쓴 것이다. 글 한 편 한 편은 10여 페이지에 그치는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이 빛나는 미덕이다.

책의 기획자인 쉬바르츠 교수는 서문을 통해 이 50편의 글이 만든 거대한 모자이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다면성’을 내걸었다. 브라질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로 사회적 포용과 광범위한 사회적 배제가 동시에 가능한 나라이며, 최근 국제적으로 긍정적 반향과 함께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면에서는 세계 챔피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다면성은 세계의 모든 나라와 문명이 그렇듯 ‘역사에 따른 결과’이다. 브라질은 300여 년 이상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기에 스페인 지배를 받은 이웃과 다르고, 거대 토착 문명이 없었던 데다 독립도 불완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의 정복이 본격화됐을 당시 멕시코와 안데스 산맥에는 아스텍 문명과 잉카 문명이 존재한 반면, 브라질의 경우는 대부분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유럽 사회 체제와 문화가 그대로 이식됐다고 한다.

이어 포르투갈은 16세기부터 사탕수수 농업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대거 끌고 왔고, 19세기 초 커피산업 활황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문자 그대로 혼혈의 나라 ‘인종백화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뿌리를 둔 인종적 다면성 때문에 브라질인은 아메리카 인디언, 아프리카계 브라질인, 아마존인 등 다양한 소테마 그룹으로 갈라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쉬바르츠 교수는 브라질이 룰라 정권하에서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로 성장했지만 새로운 상황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해부터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신중산층 불만과 시위사태가 그것으로, 룰라 정부 시절 중산층으로 편입된 적게는 3500만 명, 많게는 5000만 명의 시민이 과거와 다른 접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역사적 흐름이라는 종축과 현재의 문제라는 횡축을 오가며 브라질이 안고 있는 문제를 빠짐없이 체크해 낸다.

한편 토머스 E 스키드모어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의 ‘현대 라틴아메리카’(그린비)는 영미권에서 라틴아메리카 입문서로 읽히는 책이다. 19세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별 국가의 역사적 변동과 장기적 변화를 정리해놓았다. 라틴아메리카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미국과의 관계에 초점이 가 있는데, 우리에겐 각 국가의 현재에 대한 명확한 자리매김이 유용하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에 대해선 광범위한 마약거래를 동반한 체계적 폭력 속에서도 정치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베네수엘라는 과거의 안정적 양당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권위주의 통치로 넘어간 세계적 산유국으로 설명한다. 아르헨티나는 비옥하고 생산성 높은 팜파스의 축복을 받았지만 내분과 군부 개입으로 얼룩지다 최근에야 민주주의가 회복된 나라, 칠레는 질산염 비료와 구리의 주산지지만 실패한 사회주의 경험을 간직한 곳,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커피 주 생산국이었지만 최근에는 급속한 산업적 성장과 민주화로 잘 알려진 거대한 나라로 정의한다.

책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의 트랜스라틴 총서로, 14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라틴아메리카 역사서 ‘라틴아메리카 역사’(전 2권), 토착민들의 문화 유산이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 ‘메소아메리카’와 함께 출간됐다.

이와 함께 중남미의 다양한 문화를 살펴보는 ‘라틴아메리카 문화지도’(산지니) 시리즈로, 브라질 광고와 문화를 살펴본 ‘브라질의 광고와 문화’, 멕시코 음식을 통해 라틴문화를 소개한 ‘멕시코를 맛보다’도 나왔다. 브라질월드컵, 이 뜨거운 시즌에 라틴아메리카 이해에 대한 도전을 권해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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