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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13일(金)
FIFA의 협잡·도박… “블라터, 얼굴조차 코미디언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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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 /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저자는 1990년부터 월드컵을 취재해 온 독일의 ‘스포츠 정치’ 전문 기자. 그는 국제축구연맹, 즉 FIFA를 이끌어 온 인물들을 마피아로 치부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축구판 뒤에서 갖은 협잡과 도박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5선 도전 의지를 밝힌 제프 블라터(78·스위스) FIFA 회장을 비리와 부패의 주범으로 비난하고 있다.

2012년 독일에서 이 책이 출간됐을 때 엄청난 반향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FIFA의 핵심 인물들은 월드컵을 전 세계의 축제로 만들어온 주역들이다. 블라터 현 회장을 비롯,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 렌나르트 요한손 전 부회장, 정몽준 전 부회장, 무함마드 빈 함맘 부회장 겸 아시아축구연맹 회장, 제롬 발케 사무총장, 그리고 각기 프랑스와 독일, 브라질의 축구 영웅인 미셸 플라티니와 프란츠 베켄바워, 펠레 등. 그들에게 돌을 던진다? 여간한 배짱이 아니면 감행하기 힘든 일이다.

책을 읽어보면, 배짱보다는 오기에 가까운 집념이 저자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저런 비판적 기사로 FIFA의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FIFA의 수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블라터에게 포탄을 던지는 것은 건곤일척의 승부수일 것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관련한 금품 수수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것은, 저자의 포탄이 적의 진지에서 격렬하게 터진 셈이다.

축구를 취재하는 기자인 만큼 저자는 발로 뛰어서 FIFA의 각종 부패 의혹을 잡아낸다. 블라터 등 FIFA 핵심들이 각 나라가 대회 유치에 목을 매는 것을 이용,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벌이는 협잡 현장을 옆에서 보는 것처럼 중계한다.

그런 협잡의 근원에 스포츠 비즈니스가 있다고 갈파한 것은 큰 공감을 자아낸다. 경쟁 관계에 있는 스포츠 용품 회사들은 앞다퉈 월드컵을 후원했으며, 그것이 FIFA 핵심들의 주머니를 불리며 부패의 온상이 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각국의 미디어가 FIFA의 부패에 눈감으며, 월드컵의 축제성만 부각시킨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라면 그 지적에 깊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라질월드컵 축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브라질 국민들은 왜 운동장 밖에서 시위를 할까. 기자들은 그 속내를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브라질 정부가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들여야 할 돈을 월드컵 경기 개최에 쏟아부음으로써 결국 FIFA 핵심들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막강한 축구 권력의 이면을 살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의미가 크다. 그러나 블라터 현 회장의 얼굴이 ‘코미디언 같다’고 냉소하는 데서 드러나듯 책의 곳곳에 저자의 감정이 묻어있는 것은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FIFA가 월드컵 개최국을 반드시 4강에 올리기 위해 협잡한다고 단언해 놓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지 않다. 한국과 관련된 대목(한국인이라서 민감하게 본 것이겠으나)은 더욱 그렇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른 것은 심판을 매수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한일월드컵 당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FIFA의 월드컵 본부가 일본에 단독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부정한 로비를 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시각으로는, 월드컵 공동 개최를 위해 헌신한 한국의 축구인과 혼신의 힘으로 4강 위업을 이뤄낸 국가대표팀을 독일의 기자가 폄훼하는 것이 불편하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참담한 비극이 어찌 독일 기자의 입에서 FIFA의 부패와 함께 언급된단 말인가.

그럼에도 ‘돈벌이라는 탐욕에 제동을 걸어야 참극을 피할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FIFA 역시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들 중 진실한 것은 경청해야 한다. 변화 요구를 미봉하기 위한 술책에서 벗어나 진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월드컵을 부패의 수렁에서 건져내 진정한 인류의 축제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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