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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13일(金)
일본인이 그린 거북선은 지네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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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세 일본의 장편소설 ‘에혼다이코기’에 수록된 임진왜란 관련 삽화. 일본인이 상상으로 그린 이 거북선은 실제 형태와 차이가 있지만, 허름한 일본 배 앞에 당당하게 드러낸 위용만큼은 실감나게 묘사했다. 학고재 제공
그림이 된 임진왜란 / 김시덕 지음 / 학고재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6∼1598)의 일대기를 그린 18세기 일본의 장편소설 ‘에혼다이코기(繪本太閤記)’ 6편 권 6에는 알 듯 모를 듯한 그림이 실려 있다. 거대한 배와 뗏목 수준에 불과한 작은 배가 싸우는 장면. 책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다루고 있다는 게 힌트다.

시기는 그의 인생 결말쯤에 해당하는 임진왜란. 답이 나왔다. 이순신이 진두지휘한 거북선과 일본 수군의 대결이다. 이게 어떻게 거북선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에도(江戶)시대 일본인들이 듣고 또 읽고 상상한 조선수군의 ‘난공불락’ 배는 거북이보다 지네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입증된 (한국인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지만, 거북선의 위용과 그 위압감이 근세 일본인이 그린 삽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묘한 통쾌함을 준다.

이 같은 ‘익숙한 낯섦’은 19세기 중반에 간행된 ‘조선정벌기’에도 나타난다. 전투 중 팔에 맞은 총알을 빼내면서도 태연자약한 이순신의 무사다운 모습. 일본 문헌 속에서도 ‘영웅’으로 묘사된 이순신의 과장된 몸짓과 험상궂은 인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새롭게 다가온다.

그동안 일본 근세의 외전을 통해 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임진왜란을 소개한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가 이번에는 일본 문헌에 수록된 삽화로 임진왜란을 논한다. 책은 17∼19세기 일본의 목판화와 채색화 300여 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전근대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바라보는 근세 일본인들의 관점을 보여준다. 또 삽화가 어떤 역사적 전개를 보이며 생산됐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임진왜란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김 조교수는 “일본인들이 임진왜란 관련 문헌을 편찬할 때 ‘징비록’(懲毖錄·조선 중기의 학자 류성룡이 집필한 임진왜란 통사이자 회고록)을 많이 참고했는데, 여기에는 거북선의 구체적인 (거북과 관련한) 모양이 언급되지 않는다. ‘에혼다이코기’의 삽화는 일본 배를 압도했던 조선수군의 배를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소개하는 삽화들은 전쟁 자체의 실상을 밝히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일본인들이 조선과의 전쟁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근대 이후 제국주의 일본의 인식과도 상통하는 훌륭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임진왜란 삽화의 변천을 시대별로 구분한 1장과, 일본인이 그린 불굴의 조선인들을 소개한 6장이 눈길을 끈다.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를 보유한 우키요에(浮き世繪·에도시대 풍속화)나 일본의 목판 인쇄술과 출판 시장에까지 관심이 있다면 1장에서 지적인 충만감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계급의 독자층을 위해 방대한 양의 삽화가 그려졌던 이유, 숨 막히는 에도막부 체제 아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적 수요가 증가한 것 등 시대적 배경을 꼼꼼하게 짚어낸다. 6장에서는 일본인이 주목한 조선의 영웅을 만날 수 있다. 김 조교수는 “1800년에 간행된 ‘에혼 조선군기’는 일본 문헌 가운데 유일하게 윤흥신에 주목했다”면서 “‘다대포 전투에서 윤흥신이 전사하다’는 ‘징비록’의 짧은 기사에 자극받아 만들어진 삽화가 매우 흥미롭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두 ‘징비록’과 비슷한 건 아니다. 함경도로 진입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를 저지하려다 패하고 달아난 한극함(?∼1593)을 ‘징비록’에선 호의적으로 그리지 않지만 ‘에혼 조선군기’ 권 5에서는 ‘세루토스’라는 용맹한 거인 장군으로 변신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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