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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13일(金)
우리의 무기는 벌거벗은 가슴! …아찔한 누드시위
가슴으로 不義에 맞서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 / 페멘 지음, 갈리아 아케르망 엮음, 김수진 옮김 / 디오네

“태초에 몸이 있었으니 여성은 자신의 몸에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그 몸이 가볍고 자유롭다는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살을 에는 듯 예리한 불의가 닥쳤다. 이런 불의 때문에 여성의 몸은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새 당신은 몸의 포로가 되어 불의와의 싸움에 몸을 던진다. 우리가 믿는 신은 여성! 우리가 수행할 임무는 저항! 우리가 가진 무기는 벌거벗은 가슴이다!”

가슴을 드러낸 채 대단히 민망한 모습으로, 여성·동물보호부터 정치·경제 민주화를 외치며, 요즘 세계 언론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국제여성운동그룹 페멘(FEMEN·사진)의 행동강령이다.

국제뉴스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특히 외신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론 이들의 주장은 뒷전이고 눈요깃감으로 상반신 탈의 사진이 게재된 것을 보면, 페멘의 운동 목적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지, 때로는 페멘 스스로 ‘노출’을 전략으로 유명세를 즐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곤 했다.

프랑스의 유명 저널리스트 갈리아 아케르망이 페멘 4인방을 인터뷰해 엮은 책에서 이들은 가슴 노출에 대해 ‘아무런 무기가 없음’을, 따라서 자신들의 시위는 전적으로 ‘평화시위’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도발적 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페멘은 2000년대 초 소박하고도 절실한 성매매 반대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서부 소도시 크멜니츠키에서 살던 3명의 10대 소녀 안나 훗솔, 사샤 셰브첸코, 옥산나 샤츠코.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몰아닥친 자본주의의 폐해에 실망했고, 우크라이나 여성을 보는 유럽인의 시선에 당혹해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제2의 태국으로 불렸고,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조금만 잘못하면 성매매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에 이들은 2008년 봄 페멘이라는 이름을 짓고 시위에 나섰다. 페멘은 넓적다리라는 뜻으로 여성을 뜻하는 프랑스어(femme)와 동음조라는 점에서 선택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를 내걸고 시작한 순진한 반 성매매 시위는 회를 거듭하면서 권력의 비호 아래 성업중이던 섹스 산업에 대한 반기로 이어졌고, 2009년 키예프에서 공부하던 인나 셰브첸코가 합류하면서 모임의 골격이 완성됐다. 그러다 여성 전사라는 의미를 환기시키기 위해 2009년 8월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일 민주화 시위에서 상의를 벗고 머리에 화관을 쓰고 나섰다. 그 뒤 이들은 여성문제가 결국 가부장제, 정치적인 억압, 경제적 격차에서 기인한다는 인식 아래 전방위적인 활동에 나선다. 현재 프랑스 파리로 중심지를 옮긴 이들은 유럽 각지에 지부를 두고 활동중이다.

아케르망은 “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요란한 모험이나 소동 이상의 가치로 이해돼야 한다. 비록 이들의 활동 방향에 공감하지 않는다 해도, 비참한 상황에 처한 여성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이들은 유럽적 가치를 추구하는 유럽대륙의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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