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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13일(金)
의사 시인·과학자 가수의 ‘편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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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 만난 마종기(왼쪽) 시인과 루시드폴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백다흠, 문학동네 제공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문학동네

미국에서 40년여 의사로 활동하며 한국어로 시를 발표해온 70대 중반의 ‘의사 시인’. 그리고 6년여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했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연주하는 30대 후반의 ‘과학자 가수’. 두 사람은 문학과 의학, 혹은 과학과 음악이라는 상이한 두 세계를 일상과 업으로 병행해 왔다는 점에서 닮았다.

시를 쓰는 의사 마종기(75), 음악을 하는 공학도 루시드폴(39·본명 조윤석). 두 사람은 36년이라는 세월과 시간의 벽,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를 경험한 이질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소통해온 ‘편지친구’다. 편지지에 한글한글 적어 우송한 뒤 답장을 기다리는 종이편지는 아니지만, 두 사람은 7년여 이메일로 계절의 변화, 시와 음악에 대해, 또 여행체험 같은 일상과 관심사를 나눠 왔다.

루시드폴이 ‘가장 훌륭한 음악선생님’이라며 대서양 너머 미국 플로리다의 마종기 시인에게 설렘 속에 첫 편지를 보낸 것이 2007년 8월 24일. 마 시인은 아들보다 어린, 낯선 이의 첫 메일에서 40여 년 전 자신이 미국으로 건너가 맞았던 ‘첫날밤’을 떠올리며 첫 답장을 띄웠다.

그후 두 사람이 2년간 주고받은 글을 묶은 첫 서간집은 2009년 출간된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다. 당시 유럽에서 학업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며 루시드폴이 미국의 시인과 교환한 54통의 편지글은 세대를 초월한 소통으로 주목을 받았고, 두 사람은 이메일뿐 아니라 서울서 직접 만나 교유해 왔다.

신간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은 세월과 더불어 친숙해진 두 사람의 최근 편지글 40통을 담았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사계절에 걸쳐, 두 사람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기 봄꽃을 심고 장기콘서트를 진행하거나 이국 초원에서 경험한 은하수와 옛 친구들과의 감동적인 재회 등을 전한다.

첫 서간집에서 서로에 조심스럽게 다가섰던 두 사람은 이번 두 번째 서간집에선 한결 친밀하고 융숭해진 대화를 펼친다. 문학과 음악뿐 아니라 가까운 이와의 이별, 가족여행부터 조국과 예술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도 건넨다.

“한 달간의 공연을 마치고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충전된 기분이 되었습니다. 오롯이 혼자서 매일 노래와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그랬을 거예요.” “여름과 가을의 경계는 무엇일까요. 햇살일까 바람일까 꽃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모기일까. 경계란 늘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것이네요.”(루시드폴)

자신의 음악활동, 계절에 대한 느낌을 전하는 후배 음악인에게 선배 시인은 인생과 예술활동의 선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때때로 고아처럼 외로워야만 한답니다.” “꿈은 현대시에서 가장 쉽게 환상적이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단어라서 게으른 시인에게는 가장 유혹적인 단어입니다… 노래 가사는 물론 꿈이란 단어를 많이 쓰고 있겠지만 좋은 시들은 꿈이란 말을 쉽게 쓰지 않습니다.” “옳고 그른 것에도 늘 엄격해야겠지만, 그래서 강직한 사람도 되어야겠지만 그보다는 착하고 힘없는 것에 더 마음을 주고 그 편이 되어 주는 따뜻한 시간 속에서 살기를 바란다는 거예요.”(마종기)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하고, 프랑스에서 불어번역 시집이 출간된다며 근황을 전하는 두 사람의 편지글. 세대를 초월해 소박하고 진지한 성찰과 교감이 시공간을 넘어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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