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文지키기’놓고 미묘한 기류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직접 사과와 해명을 통해 자질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당 지도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문 지명자 엄호 및 반대 의원 설득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 후보인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국민여론은 (문 지명자에 대해)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저도 그런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박(박근혜) 진영의 이재오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어차피 안될 일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생각은 문 지명자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을 감안해 청와대가 더 이상 내상을 입지 말고 문 지명자를 자진 사퇴시켜야 한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또 인사청문회까지 가더라도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문 지명자를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숫자는 최소 10명, 최대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일부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밝힌 데다가 이인제·이재오 의원 같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진영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내 의지대로 당당하게 (문 지명자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총리 임명을 위해선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

지도부는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비해 설득작업 및 표단속에 나선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문 지명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은 당내 초정회(새누리당 초선 의원들 모임)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다. 이 원내대표는 문 지명자 반대 기류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에 가면 문 지명자에 대한 많은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 지명자 건으로)머리가 부서지기 직전이다.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다”라는 말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아 힘들다는 점을 토로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