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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20일(金)
축구는 돈과 권력·인종과 계급 ‘갈등의 역사’
탄생·전파과정 집요한 추적… 귀족·新부르주아 결합 역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축구의 세계사-공은 둥글다 /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 서강목·이정진·천지현 옮김 / 실천문학사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러시아전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동대로와 광화문광장에는 4만2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또 부산 해운대, 인천 문학경기장, 광주 월드컵경기장 등 전국 각지에서도 수천 명의 응원단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했다. 이밖에 기업들과 학교들도 출근·등교 시간을 늦추고, 강당 등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등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다.

축구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국민적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내는 주요 요소가 됐으며 애국심을 만들어내는 동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인류 전체가 축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203개국이 축구 공식 기구인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해 있다. 이는 193개국인 유엔 회원 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결승전에는 30억 명이 일손을 놓은 채 공의 선율을 응시한다. 또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축구를 직접 즐기고, 지구촌 곳곳에 5000만 개의 축구장이 마련돼 있다.

이 책은 축구의 탄생과 전파과정을 설명하며 둥근 공을 상대방 골네트에 꽂아넣기만 하면 되는 ‘놀이’가 어떻게 인간을 하나의 공동체로 뭉치게 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또 돈과 권력, 인종과 계급, 폭력과 저항 등을 교차시키고, 수많은 영웅을 탄생시킨 축구의 역사도 세세하게 파헤친다. 이밖에 근대국민국가의 탄생을 비롯해 제국주의와 식민지, 두 차례의 세계대전, 탈식민화와 국가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부상, FIFA와 다국적 자본의 결합 등 세계사의 변화 속에서 축구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나갔는지도 조망한다.

영국 스포츠저널리스트이자 축구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는 축구를 22명의 선수들이 90분간 사람들을 열광시키며 영예와 증오, 좌절 등을 선사하는 가장 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스포츠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근대 세계에 대한 어떤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 완전할 수 없다”며 “동시에 어떤 축구사도 근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를 추적하지 않고서는 그 경로를 묘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근대 이전에 세계 각 지역에서 발로 공을 다루는 수많은 민속놀이가 있었지만 이들 모두 근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오직 ‘영국식 축구’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가 됐다고 소개한다. 산업화를 통한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에서 축구의 기원을 발견한 저자는 축구가 옛 귀족계급과 새로운 부르주아를 결합시키는 수단으로 떠오르며 규칙을 둘러싼 알력과 패싸움이 벌어졌다고 밝힌다. 규칙이 조금씩 확정된 후부터는 유럽 노동계급의 놀잇거리로 전환되고, 지배계층들은 축구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돈으로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을 구분 지었다.

이와 같이 축구를 둘러싼 계급 간의 역학을 풀어낸 이 책에는 축구가 영국을 벗어나 제국주의와 함께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가게 된 이야기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정치의 동원수단으로 변질된 일화 등도 담겨 있다.

이 책은 또 한국의 축구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언급한다. 1950년대 축구의 불모지였던 아시아에서 사상 두 번째로 월드컵에 진출한 이야기부터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의 역동, 차범근·허정무·박지성 등 한국 축구 스타들에 대한 평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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