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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6월 20일(金)
모험하고 세상 배우는… 책은 ‘童心의 상상놀이터’
마법 같은 이야기 재미 쏠쏠… 아름다운 삽화로 감동 더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책세계에 빠진 그림책의 주인공들. 윌리는 책으로 둘러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굴 속으로 떨어지고(왼쪽), 외로운 아이 말리크는 깜깜한 밤, 별자리책을 보고 있다. 웅진주니어·그린북 제공
- 윌리의 신기한 모험 /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 웅진주니어

-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 / 파올라 프레디카토리 글, 안나 포를라티 그림 / 그린북


작가라는 존재 자체가 책의 우주 속에 사는 이들이기에 책에 대한 헌사, 책에 대한 오마주, ‘책에 대한 책’이 숱하게 나왔고, 나오고 있으며 아마도 책이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림책 쪽에서도 ‘책에 대한 그림책’이 많은데, 이 역시 작가들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러브레터 쓰기’를 멈출 수 없는 데다 어린 독자들에게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하고 아름다운지 알려 주고픈 열띤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림책 두 권이 나왔다. 기대를 얼마만큼 하든 실망을 안기지 않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윌리의 신기한 모험’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거기에 사랑스러운 우리의 주인공 윌리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다. ‘꿈꾸는 윌리’(2004)에서 영화배우, 발레리노, 탐험가 등이 된 자신을 상상하던 윌리는 10년 만에 돌아와 이번엔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고전 명작 속으로 뛰어들어 책 모험을 벌인다.

윌리는 ‘고릴라’ ‘동물원’ ‘돼지책’ 등으로 한국 독자들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고 있는 브라운이 만들어낸 주인공 중에서 가장 따뜻한 캐릭터이다. 그의 작품에는 흔히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냉정한 어른, 속물적인 어른이 등장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세계가 그려지는데, 윌리 시리즈만은 그런 냉소가 없다. 축구를 좋아하고, 공상을 즐기는 윌리는 착하고, 마음이 약간 여리긴 하지만, 언제나 애쓰고 노력하는 씩씩한 아이다.

‘윌리의 신기한 모험’을 열면 책을 잔뜩 들고 있는 착한 눈의 윌리가 기다리고 있다. 윌리가 말한다. “여긴 내가 날마다 다니는 곳이야. 이 문으로 들어가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궁금하지 않니? 함께 가보지 않을래?” 윌리가 이끄는 곳은 책의 세계이다. 이어 윌리는 책 속으로 뛰어들어 차례로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로빈 후드’ ‘부싯깃 통’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라푼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피노키오’ 등 10편의 결정적 순간의 주인공이 된다.

예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어둡고 깊은 굴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앨리스가 되고, 회오리바람에 휘말린 캔자스시티의 도로시가 되며, 고래 배 속으로 빨려 들어간 피노키오가 된다. 일러스트 속에 여러 상징과 수수께끼를 숨겨 놓는 작가의 독특한 장치는 여전하다. 다만 이번엔 모두 책과 관련된 것이다. 앨리스가 된 윌리가 떨어지는 깊은 구멍은 책장, 로빈슨 크루소의 총은 연필이며, 도로시의 집과 라푼젤의 성은 책으로 만들어진 식이다.

윌리의 모험이 독자를 책으로 이끄는 즐거운 놀이라면, ‘책으로 집을 지은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 아이가 그 지식의 힘으로 세상으로 나가는 진지한 과정을 담았다. 19명의 형과 누나를 둔 막내 말리크. 늦게까지 놀기 좋아하는 천진한 아이다. 다정한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책이 쌓여 있는 다락방에 처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늙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집과 땅을 유산으로 남기지만, 말리크에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말리크는 형과 누나들이 집 밖으로 던져 버린 책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우울한 날에 팝업북을 열고, 슬픈 날엔 무거운 책을, 낮엔 지도책을 보고, 밤이면 별자리책을 읽는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등 외로운 아이가 책 속으로 모험을 떠나고, 성장해 돌아오는 전형적인 서사이지만, 이 그림책은 모험보다는 책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책을 읽다 보면 넓고 큰 우주 속에서 한낱 티끌만도 못한 작고 작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아이는 꿈 속에서 “네가 책 속에서 배운 것은 우주보다 넓으니 겁내지 말고 세상으로 나가라”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내본다. 아이는 책에서 배운 지식과 용기를 가슴과 머리에 품고, 기차에 오른다. 진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큰 판형의 책에 펼쳐지는 무게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삽화가 깊이를 더한다. 특히 아이의 표정에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가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또 행복하게 한다. 처음 겉장을 넘기면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나온다. 외롭고 쓸쓸한 이 아이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책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꼭 확인하길 부탁드린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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