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ISIL 어떤 조직인가? 작년 알카에다 연계테러 43% 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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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의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고 위협적인 테러 조직으로 성장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안보컨설팅업체인 수판 그룹은 최근 급부상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중동의 주요 국가인 시리아와 이라크 두 정부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다른 아랍 국가들에서도 수많은 무장대원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도 ISIL이 자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8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투를 벌이는 지하디스트가 영국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9·11 테러의 씨앗이 이라크와 시리아 곳곳에 뿌려졌다. (지하디스트들은) 중동에서 우리를 내몰고자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물론 전 세계를 테러의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테러조직 ISIL의 실체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2000년대 초부터 태동한 ISIL의 전신 = ISIL의 시초는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창설했던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일신교와 지하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직이 알자르카위가 지난 2004년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이름을 바꾸며 현재 ISIL의 모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발표된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자르카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미군 주도로 구성된 이라크 연정을 붕괴시키기 위해 네 가지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하나가 시아파에 대한 계속적인 공격으로 미국을 이라크 내 종파전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 같은 알자르카위의 전략은 2014년 현재 이라크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2006년 6월 알자르카위가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뒤를 이어 조직의 지휘를 맡았던 아부 아유브 알마스리는 같은 해 10월 AQI를 몇몇 부족 단체와 통합하고 이름도 ‘이라크 이슬람 국가(ISI)’로 바꿨다. 2010년 그가 사망하고 뒤이어 39세의 나이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2011년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시리아를 새로운 활동 무대로 지목하기에 이른다. 이라크 북부를 넘어 시리아 동부지역으로도 진출해 반정부 활동을 이어갔던 ISI는 지난해 4월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레반트 지역을 총괄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들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과의 합병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알카에다가 ISIL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두 조직 간의 공식적인 관계는 끝났다. 그러나 ISIL은 빈 라덴보다 더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는 43세의 젊은 지도자 알바그다디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올해 1월 이라크 안바르주 팔루자와 라마디는 물론 6월 니네베주 모술 등 북부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 ISIL은 준정부 규모의 군사조직 = 전문가들은 ISIL에 대해 수니파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분명한 정치적 전략과 조직력을 지닌 준정부 규모의 무장조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가 지난 3월 말 발간된 ISIL 연례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ISIL은 이라크를 수도 바그다드나 북부 니네베, 동부 다얄라, 남부 안바르 등 주요 지역으로 분류해 지역별 상황 변화에 맞게 작전 전략, 기법, 절차를 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들어 니네베에서는 차량급조폭발물, 바그다드에서는 기타 일반 급조폭발물을 사용한 작전이 급증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 결과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1월 사이 암살 1083건 등 1만여 건의 작전을 펼쳤다.

특히 ISIL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중심으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전략적으로 북부지역 공격에 공을 들여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ISIL이 벌인 작전 중 37.6%, 2013년 32.9%가 북부 니네베 지역에서 실행됐다. 보고서는 또 ISIL이 지역별 작전을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차원의 전술 변화가 몇 차례 목격됐다는 점에서 상명하복식의 질서정연한 지도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문가 등은 약 1만 명에서 최대 1만5000명에 이르는 훈련된 대원들이 ISIL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ISIL 대원 수가 6000∼7000명에 이르며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대원은 3000∼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3000여 명이 이라크와 시리아 외 국가 출신으로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에서 온 사람이 1000여 명,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에서 온 대원들이 5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SIL 내 간부급 대원들의 신분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서로의 실명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인 알바그다디 또한 대원들에게 그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하부 조직을 느슨하게 운영해 외부에서 지도자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도록 했다. 또한 ISIL은 내부 조직원 외 다른 수니파 부족과의 관계도 비교적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이라크 북부 장악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듯 양측이 서로 협력하는 경우가 눈에 띄고 있다.

◆ 시리아 내전 중 미국의 지원 받아 급성장 = ISIL은 2011년 12월 미군 철군 이후 이라크에서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2012년 초에는 이미 단순 테러조직을 넘어 군대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고 ISW의 앨릭스 빌거 연구원은 평가했다. 또 당시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운동이 일어나 ISIL 역시 시리아 북동부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반군 세력으로서 서방과 주변국으로부터 비살상용 무기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직접 훈련도 받으며 군사력을 키워왔다. 미국도 시리아 정부 전복을 위해 2012년 요르단 등지의 비밀 기지에서 ISIL 대원들에게 대전차 등의 무기 사용법을 훈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월드넷데일리(WND)는 밝혔다. 이 기회를 틈타 ISIL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중 하나로 성장했다. 세계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알카에다와 연계된 공격 중 ISIL이 연루된 것은 전체의 4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알샤바브가 25%로 뒤를 이었고 알누스라전선이 21%,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10%를 차지했다. 유라시아그룹은 또 2010년 이후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가 3배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이슬람 무장조직 가운데서도 ISIL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른 조직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원리주의적 사고방식과 잔학성에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경도된 나머지 ‘샤리아’라는 이슬람교의 율법에 따라 점령지역 주민들을 통치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여성과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여성이 집밖에 나갈 때는 눈만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가린 ‘니캅’이라는 베일을 써야 하며 학교에서는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어울리지 못하고 음악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한다. 만약 이에 복종하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믿을 경우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체를 절단하거나 채찍질하면서 공포감을 고조시킨다고 글로벌포스트 등 외신은 전했다. 또 이들을 참수형에 처하거나 십자가에 못박은 다음 시신을 거리에 매달아 놓기도 하며, 전투현장에서 포획한 포로들을 대량 학살하고 이를 촬영해 온라인 상에 공개함으로써 잔인함을 과시하곤 한다.

올해 초 ISIL에 결별을 고한 알카에다 역시 오래전부터 ISIL의 잔인함과 독단성에 대해 고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빈 라덴 사망 후 그의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발견된 편지에 따르면 아잠 알암리키로 알려진 미국 태생의 알카에다 조직원 아담 가단은 당시 ISI였던 ISIL이 알카에다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