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자식을 軍에 보낸 부모들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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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알제리와의 축구 경기가 있은 어제, 무더운 한여름을 앞두고 아들이 공군에 입대했다. 입대일이 정해진 이후로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병사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아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온 아들이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동안 군대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으나 현장에 도착한 아들 역시 새로운 환경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내의 걱정을 태연한 듯 무시했으나 나 또한 아들이 과연 24개월 군복무를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공개된 훈련 시설을 관람했다. 과거 내무반은 생활관으로 바뀌었고, 각종 시설은 여느 대학 못지않았다. 모든 시설이 잘 정돈돼 있었다.

드디어 오후에 입교식이 거행됐다. 어느 훈련병의 어머니가 가족 대표로 격려사를 했고, 한 신병의 여자 친구는 군문에 들어서는 남친을 위한 다정한 편지를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단장은 “이제 여러분은 개인의 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들이 됐다”며 애국심과 강한 군대 육성을 강조하는 환영사를 절도 있게 했다. 교육사 측은 신병들이 입소할 때 갖는 원초적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가족들의 격려를 담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한 시간 남짓한 입교식이 끝나고 집으로 향할 시간. 먼발치에서 아들의 짧은 머리를 뒤로하고 담담한 듯 부대를 천천히 나섰다. 이제 국방부 시계는 돌아갈 것이다. 6주 간의 신병훈련…무사히 마치기를.

귀경하는 차 안에서는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무장 탈영병이 자해 끝에 생포됐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제대를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 왜 인명살상 대형 사고를 저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추격전은 종결됐지만 사건은 의문투성이였다. 국가와 군을 철석같이 믿고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이 나라의 모든 부모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병영 총기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관심병사’의 문제다. 최근 들어 그 수가 급증해 전체 육군 병력의 최소 6%(3만 명)가 넘는다고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이들도 국민개병제 아래서 모두 입대한다. 군이 과연 이들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을까. 특히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무장지대(DMZ) 경계근무에 나서는 장병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긴장과 고독 속의 GOP 근무는 정상적인 병사들조차도 무한한 인내를 요구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병력이 부족해 관심병사들이 GOP 근무에 불가피하게 투입된다고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심병사 문제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군 차원을 넘어서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사회와 군이 유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심아동이 관심학생이 되고 관심병사가 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수의 선량한 병사들이 관심병사들로부터 보호, 차단되는 병영갈등 해소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병영문화는 많이 개선됐다. 상호 존중과 배려라는 덕목이 군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세대 병사가 다수인 지금 군대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보다 세심하고 체계적인 병영문화 확산을 기대한다. DMZ를 사이에 두고 365일 남북한 군이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상황은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일상화·만성화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질서 있는 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한 미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안전이 제일이다. 병영도 예외일 수 없다. 그것은 군대에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