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아름다움·역사·이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 미디어

‘과학’이 과연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독일의 과학컬럼니스트가 세계적 명성의 과학자 13명과 나눈 대화집이다. 저자가 말을 건네는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넘어 모호하고 한편으로는 근본적이면서 추상적인 주제들, 이를테면 아름다움이나 정의, 이타심, 공감, 역사, 의식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렇다면 왜 하필 과학자일까.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책, 음악,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학은 문화의 한 부분이다.…과학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많은 통찰에 도달했다.” 저자가 만난 과학자들은 이런 통찰을 선사해준 이들로 특히 자신의 연구를 전지구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인물들이다.

면면은 화려하다. 시인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유럽의 마지막 궁정 천체물리학자, 생리학자이자 파푸아뉴기니 문명 연구자, 과학과 종교에 관한 논쟁적인 에세이를 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등이다. 저자는 이들이 이뤄낸 객관적인 학문의 성과와 주관적인 삶을 연결시키면서 대화를 이끌고 간다.

가령 책의 제목도 ‘빅뱅’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와의 대화에서 나왔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연구해볼 만한 경이로운 대상이 도처에 있는데, 왜 저 멀리 있는 별을 연구하는가.” 리스의 대답. “우주는 우리 생활공간이고,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다.”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삶의 통찰로 확장해 낸다. 이를테면 천문학자는 인간이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고, 지구의 미래가 최소한 40억 년만큼 남아 있으니 우리 다음에 또 얼마나 많은 세대가 지구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다. 그것을 감안하다면 지금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테니 굉장히 신중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말벌을 연구하는 신경생물학자는 “동물을 보살피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덜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배우는 참된 헌신이야말로 왜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지의 이유라는 얘기다.

‘총, 균, 쇠’와 ‘섹스의 진화’ 등을 펴낸 생리학자 겸 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19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빅뱅 이후를 다룬 베스트셀러 ‘최초의 3분’의 저자 스티브 와인버그, 2000년 인간 게놈지도 완성 결과를 발표한 생화학자 크레이크 벤터, 19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 1996년 ‘거울뉴런’이라는 모방과 공감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신경세포를 발견한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 등이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과학자들이다.

복잡한 수식이나 화학 기호로서의 과학이 아니라 보편적 진리와 법칙을 추구하는, 그래서 과학이 곧 삶의 통찰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