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半세기전 그들의 피가 ‘오바마 대통령’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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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잭슨시 컨벤션센터에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 노래가 울려 퍼졌다. 반세기 전 미국의 백인과 흑인들은 이곳에서 손을 맞잡고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올해는 미국 내 흑인 투표권 운동의 전환점을 기록한 1964년의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Mississippi Freedom Summer)’ 투쟁 50주년. 이날 미시시피 시민권 운동 참여자 협회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과거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았던 미시시피주에서 울려 퍼졌던 투쟁의 외침을 기억하면서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 50주년 콘퍼런스를 열고 ‘미래를 향한 운동(The Movement Forward)’을 전개했다. 매디슨 카운티 등 미시시피주 곳곳에서도 도시마다 기념행사가 열렸다. 미시시피주는 미국 속의 또 다른 나라, 남부 중의 남부였다.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워싱턴평화대행진 연설이 있은 지 1년이 되도록 미시시피주에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백인들은 흑백분리를 공공연하게 외치면서 흑인들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했다. 투표소마다 문맹 시험이 치러졌고, 인두세 증서까지 요구했다.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백인 공무원들은 흑인들이 라틴어 헌법을 읽거나, 2달러에 달하는 인두세 증서를 갖고 와야 투표지를 나눠주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이 사실상 투표장에 들어가 권리를 행사할 방법은 거의 없었다.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흑인 투표권을 보장하는 민권법에 서명했지만 남부 지역에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 투쟁은 북부에서 잉태됐다. 오하이오주 옥스퍼드시의 웨스턴 칼리지로 7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대부분 북부 출신 백인들인 이들은 현재 마이애미대로 통합된 웨스턴 칼리지에서 1주 정도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누군가 얼굴에 침을 뱉을 경우의 행동요령에서 폭력에 대한 방어에 이르기까지 흑인 투표권 운동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상황교육이 이뤄졌다.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SNCC), 연합단체협의회(COFO), 인종평등회의(CORE), 남부 기독교 지도자 회의(SCLC) 등 시민운동단체 청년 활동가들도 참여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는 지난 23일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는 SNCC에 의해 조직됐다”고 보도했다.

청년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미시시피주로 향했다. 당시 미시시피주는 흑인이 전체 인구의 45%에 달했지만 흑인 유권자 등록 비율은 6.7%에 불과했다. 1960년대 초반 흑백 학생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남부주들을 돌면서 ‘프리덤 라이더(자유의 기수)’ 운동을 벌였지만 산발성 시위에 그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SNCC 주도로 청년 학생들은 대거 미시시피주에 집결했다. 1964년은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대선을 치른 선거의 해였다.

1964년 6월 29일은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 투쟁이 들불처럼 번진 날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미시시피주에 실종자 전단지를 배포했다. 앤드루 굿먼, 제임스 체니, 마이클 슈워너…. 앳된 얼굴의 청년 사진 3장이 나란히 실렸다. 체니는 미시시피주 출신으로 CORE에서 일하던 흑인 활동가였고 굿먼과 슈워너는 뉴욕에서 왔던 백인이었다. 6월 21일 그들은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경찰은 도로 위에서 세 명을 연행한 뒤 백인우월주의 비밀단체인 KKK(큐 클럭스 클랜)단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석방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보지 못했다. 44일이 지나서 미시시피 네쇼바 카운티의 댐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굿먼과 슈워너는 총을 맞았고, 체니는 심한 매질을 당했다.

미시시피 프리덤 서머 투쟁에 참여했던 그웬돌린 시몬스는 PBS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그들이 백인도 죽였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며 “우리들 모두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백인 청년 두명이 KKK단에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은 들끓었다. 도대체 미시시피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과 비판, 분노의 함성이 쏟아졌다. 주경찰은 곤봉을 휘둘렀고 주정부는 외면했다. 검찰과 사법부는 인종차별 범죄행위에 침묵했다.

굿먼과 슈워너, 체니의 죽음은 잠자고 있는 민권법, 허울뿐인 권리장전을 깨웠다. 존슨 대통령은 1964년 7월 공공장소 인종차별 금지 및 소수인종 고용·노동조합 결성 보장 등을 담은 민권법에 서명했다. 1965년 8월에는 소수인종의 자유로운 투표를 보장하는 투표권법이 제정됐다. 미국의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배달되지 않았다. 그 해 미시시피의 여름은 저물어 갔지만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청년 학생들이 ‘결코 물러서지 않으리(We will never turn back)’를 노래하면서 미시시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미국을 흑백평등 민주주의 사회로 바꿔놓는 대장정은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은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을 낳는 밀알이 됐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