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변해야 산다

스포츠에서 ‘변화’란 곧 새로운 도전을 의미합니다. 열기가 더해가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진리가 여실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16강 ‘진출’과 ‘탈락’이라는 엇갈린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적함대’ 스페인,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축구종가’ 잉글랜드 등 전통적인 강호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줄줄이 몰락한 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4년 전 월드컵 때의 그 선수들로 예전의 전술만 믿고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늘 하던 대로 틀에 박힌 대로만 안주해온 한국 축구도 변화를 등한시했기에 16강 문턱을 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교포 미셸 위가 지난 23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 프로데뷔 9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가공할 장타소녀’로 13세 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그였지만 그동안의 성적은 명성에 못미쳤습니다. 그런 그의 성공 비결은 ‘변화’였습니다. 키가 컸던 미셸 위는 키 작은 선수들의 ‘짠물 퍼팅’이 한 없이 부러웠습니다. 흔히 주말골퍼들이 “내가 저 정도 퍼팅이면 항상 싱글 치겠다”는 한탄처럼 퍼팅은 늘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퍼팅 자세부터 변화를 줬습니다. 그의 ‘ㄱ자’ 퍼팅 자세는 180㎝의 키에 어울리지 않게 153㎝인 미야자토 아이의 퍼팅 눈높이에 맞춘 자세입니다. 보는 사람들조자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그의 퍼팅 자세를 두고 처음엔 “저게 뭐야” “저러다 허리 다치겠어”라며 비웃었습니다. 변화를 준 그의 퍼팅 실력은 키만큼이나 쑥쑥 향상됐고,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2위를 하더니 2주 뒤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 그리고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셸 위는 난코스로 악명 높은 파인허스트 2번 코스에서 4일 동안 단 한 개의 스리퍼트도 하지 않았습니다.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도 변화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퍼팅이 유난히 약했던 그는 한 손으로 그립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아래에서 받쳐주는 일명 ‘집게 그립(claw grip)’으로 바꿨습니다. 지난해 2월 피닉스오픈에서 4일 동안 28언더파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로 72홀 대회 최소타 타이 기록으로 우승했고, 몇 달 뒤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마저 제패했습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부상은 어찌보면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의 부산물입니다. 코치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스윙을 익혀오던 우즈는 이로 인해 몸에 무리가 왔고, 잦은 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즈가 오랫동안 ‘넘버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 덕분입니다. 시니어투어 멤버 할 서튼은 “매일 골프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버릇이 붙는다”면서 이를 경계했습니다. 주말골퍼들도 한번쯤 자신을 둘러보고 나쁜 버릇이 있다면 바꿔보면 어떨까요. 새 분위기에서 의외의 결과를 얻을지 모르니까요.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