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99 vs 1… 기업 자금시장 양극화 심화

금융권의 기업 부실 대응 움직임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 자금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주목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월 회사채 발행액은 36조198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조6754억 원)에 비해 8.8%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의 일반 회사채(담보부사채·보증사채 등 제외) 발행 비중은 지난 4월 현재 99%까지 오른 반면, BBB등급 이하는 1%에 그쳐 양극화 현상은 종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BBB등급 이하의 발행 비중은 2.7%를 기록했다.

또 지난 4월 한 달 동안 일반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모두 대기업군이었고, 중소기업군은 전혀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 자금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도 월별 회사채 총발행액이 9월 말만 해도 7조 원에 달했으나 12월에는 2조6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회사채 총 발행규모는 116조3000억 원으로 직전 해에 비해 9.6%나 줄었다.

이처럼 기업 자금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는 금융권의 대기업 구조조정 공세 및 규제 강화로 비우량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처럼 기업 자금 시장 전반이 위축된 분위기에서 일부 한계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라도 된다면 금융시장의 건전성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 및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한계기업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2009년 말(외부감사법인 기준) 2019개에서 지난 2012년 말 2965개로 대폭 늘었으며, 비중도 10.2%에서 15%로 상당폭 증가한 상황이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금융권의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현황을 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대출채권은 71조1000억 원에 달하고, 지급보증과 회사채는 각각 11조4000억 원과 3조3000억 원 등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금융당국은 최근 중견그룹 2곳을 관심 대상 계열로 선정했다. 주채무계열 편입대상은 아니더라도 선제적으로 중점관리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한계기업 증가 추세로 이들 기업에 대한 은행의 리스크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제도의 역할과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