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내용도 형식도 묘한 ‘시진핑 특별기고’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와 함께 동북아 정세에 중대 전환점을 형성할 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이 시작부터 중대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 주석이 방한을 앞두고 몇몇 한국 언론에 던져준 특별기고의 형식과 일부 내용 때문이다.

고사성어 등을 인용한 시 주석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두 나라의 친구 관계를 강조하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데 손색이 없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風好正揚帆(풍호정양범·순풍에 돛을 달자·물줄기가 모여 바다로 가듯 함께 노력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 ‘一花獨放不是春(일화독방불시춘·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다·경제협력을 강조하는 의미)’, ‘無信不立(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등의 말로 한·중 간 협력의 내실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대국의 입장에서 예민한 현안은 피하거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압박하려는 인상도 준다. 어설프게 언론플레이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특히 시 주석은 “일단 (한반도에) 동란이 발생하면 역내 국가 중 그 누구도 혼자만 무사할 수 없고 지역 안정의 대국에 손해를 끼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형상 북한에 대한 경고이지만 속내는 한·미가 굳건한 동맹에 기초해 만일에 대비하는 급변사태 시나리오에 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담고 있다. 시 주석은 공산당·건국 100년 의미를 담은 ‘두 개의 100년’과 ‘中國夢(중국몽)’ 등을 강조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패권에 대한 우려마저 느끼게 한다.

더구나 기고의 형식은 다소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시 주석은 몇몇 언론에 똑같은 글을 복사해 공동으로 보냈지만 해당 언론사는 ‘시진핑 주석이 ○○일보에 보낸 특별기고문’이라고 전문을 게재했다.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글이 ‘특별’ 기고로 둔갑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순방을 전후해 해당국 언론에 인터뷰하지만 이같이 똑같은 말과 글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방승배 정치부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