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책>당신의 연봉, 어디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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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지리학 / 엔리코 모레티 지음, 송철복 옮김 / 김영사

일자리는 소득을 결정하고, 소득수준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복지 역시 어떤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와 그 일자리가 어떤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경제학자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워싱턴, 디트로이트 등 미국 주요 도시들의 지난 20여 년간 일자리와 평균 소득 추이를 분석해 소득을 결정하는 경제 지형의 비밀을 밝혀냈다. 이 책은 경제 지형의 변화가 소득뿐 아니라 교육, 기대수명, 가계 건전성, 정치적 참여 등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경제 지형 변화의 핵심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업 구조에서 혁신과 지식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공업 구조로 바뀐 것이다. 현재 미국 인구는 지난 1979년에 비해 훨씬 늘었지만 제조업 일자리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시대에는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이 제조물품의 대규모 생산과 연동됐지만 오늘날에는 새 아이디어와 새 지식, 새 기술의 생산에서 나온다.

저자는 미국 노동시장을 예로 들며 혁신 부문의 발달은 본질적으로 평평하지 않은 경제지도, 즉 승자와 패자로 이뤄진 지도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지도의 한쪽 끝에서는 숙련된 노동력과 강력한 혁신 부문을 갖춘 도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들을 추가하고 있지만 반대편 끝에서는 과거 전통적 제조업에 의해 지배됐던 도시들이 오랜 쇠퇴의 길을 걸어오며 일자리와 인적 자본을 잃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또 노동자의 급여는 이력서보다 거주지에 더 많이 좌우된다고 밝힌다. 지역의 인적 자원과 급여 사이의 관련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역별 조사를 통해 대졸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졸자들의 봉급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결론을 얻어 냈다. 그 이유는 인적 자본과 기술을 잘 갖춘 근로자 집단은 인적 자본과 기술을 덜 갖춘 같은 지역의 근로자 집단을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제의 힘은 오늘날 미국 사회의 격차가 사회적 계급뿐만 아니라 지리에 기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