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농촌문제 ‘천착’… 서울법대 나왔지만 고시 한번도 안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현석(오른쪽) 촌장이 지난 4월 말 아내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마을 앞산인 삼산에 꽃구경 갔다가 산철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빛마을 제공

고현석 ‘강빛마을’ 촌장은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농촌과 관련한 ‘외길’을 걸어왔다. 서울대 법대 출신 중 고시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에 속한다.

고교 시절부터 농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그는 대학 1학년 때 선배들과 함께 ‘농촌법학회’란 동아리를 창설했고 이후 서울대 향토개척단 5대 단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1970년대 들어 농촌법학회가 학생운동권의 핵심이 됐던데, 지금도 그 영문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27년간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하다 조사부장직을 끝으로 1995년 퇴직했다. 이후에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으로 2년간 일하며 농촌 문제에 천착했다. 민선 2∼3기 곡성군수로 재직했던 8년간(1998년 7월∼2006년 6월)은 그가 그동안 쌓은 지식과 정보, 인맥을 총동원해 농촌 현장에 풀어놓은 시기였다. 군수 시절의 보람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치적 위주 자랑이 아닌, 예상 외 답변이 나왔다.

“군청 직원들을 내 식으로 끌고 가지 않고 그들이 업무를 소화하고 이해할 때까지 참고 기다렸습니다. 제가 물러난 뒤에도 곡성의 여러 사업들이 연속성을 갖는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커진 역량과도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또 집단 민원이 제기됐을 때 책임을 회피하거나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않고 직접 해결했습니다.”

6년여 노력 끝에 지난해 결실을 본 은퇴자마을 강빛마을 조성 사업 역시 그가 인구 감소 등 농촌 문제 해결에 골몰하다 찾아낸 아이디어다. ‘자치시대의 농촌을 향하여’ 등 저서 6권도 농촌 문제를 직간접으로 다뤘다.

그의 부인은 국회의원(16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김화중(69) 씨다. 고 촌장 부부는 요즘도 함께 강빛마을 주변 산책길을 걷는 것을 즐길 정도로 금실이 좋다. 고 촌장은 “최근 건강검진 결과 강빛마을 입주 전에 비해 악화된 항목은 없고 개선된 항목이 더러 생겼다”고 말했다.

곡성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