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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1일(金)
음악으로, 삶을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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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 / 스팅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화 / 엔니오 모리코네, 안토니오 몬다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 씨앗

스팅과 엔니오 모리코네. 두 음악 ‘거장’에 대한 책이 나왔다. 하나는 자서전이고, 하나는 수 개월에 걸친 인터뷰를 묶었다. 스팅의 자서전은 그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해 20대에 일찍 부모님을 여의게 될 때까지를 다룬다. 시어처럼 짧은 노랫말을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에 담아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가 된 스팅. 그러나 책은 ‘성공담’보다 성장소설에 가깝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피아노를 부수듯 두들기던 아이가 교사가 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10년 후에야 진정한 애도가 가능했던 이유 등을 따라가다 보면 “억겁의 세월 속에서 보면 무의미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 스팅을 만날 수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영화 전문가와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 인간적인 측면보다는 50년간 450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로서의 전문적인 식견이 두드러진다. 특히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황야의 무법자’ ‘미션’ 등의 영화음악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과정을 비롯해 영화와 음악,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자서전(自敍傳)은 아무래도 남사스럽다. 스스로 쓰는 자기(自己)의 전기(傳記)라니. 태생적으로 염치가 좀 없는 책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팝 스타’ 스팅(63)의 자서전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장애 극복, 인간승리의 감동을 안겨주기보다는 애잔한 슬픔과 신묘한 기대감에 휩싸이게 한다.

예민하고 똘똘한 꼬마 화자(스팅)는 마치 제제(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모모(자기 앞의 생)를 연상케 한다. 책의 전반부는 완벽한 하나의 ‘성장소설’이며, 대학에 진학하고 본격적인 음악활동 과정을 그린 후반부는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특히 1987년(당시 36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종교의식을 통해 과거와 조우한 신비한 경험을 풀어낸 도입부는 장르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한데, 슬픈 노래도 경쾌하게 부르는 주특기가 긴 호흡의 글에서도 빛난다. 그의 글솜씨는 2009년 짧은 에세이를 통해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책의 원제는 ‘깨진 음악(Broken music)’이다. 스팅은 어머니의 불륜을 알게 된 후 피아노를 두들기기 시작했는데 그는 이 소리가 “지옥 같았다”고 회상한다. “페달을 힘껏 밟으면서 건반을 미친 듯이 두들겨댄다. 상처 입은 영혼을 보듬어줄 천상의 화음을 원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화음은 훈련받지 않은 내 손가락으로는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소리였다.”(68쪽) 이때 할머니가 부탁했다. “그런 깨진 음악(Broken music) 말고, 부드러운 걸 연주해 달라”고. 사실 깨진 건 스팅의 마음이고, 엄마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의 삶은 이 조각들을 다시 맞춰 나가는 과정이 된다. 그 속에서 음악적 성공을 이루고, 가족과도 화해한다.

애석한 건 그가 조각난 삶을 마주할 용기를 냈을 때, 부모님은 이미 죽음 가까이 갔다는 점. 사랑과 가족 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머니는 50대 초반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무뚝뚝하던 아버지 역시 몇 달 못가 아내 뒤를 따른다. 스팅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담담히 묘사한다. “산소마스크 고무줄이 반백의 머리 뒤로 씌워져 있다. 엄마의 눈에 물기가 어려 반짝거린다. 여전히 아름답다.(…)우리들 중 그 누구도 엄마에게 손을 뻗을 수 없다. 그런데도 엄마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한다. 엄마의 모성애는 완전무결하다.”(390쪽) 아버지와의 이별에선 처음으로 ‘칭찬’을 듣는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한참 내려다본다. 내 손하고 이렇게 똑같은데 어째서 지금껏 몰랐을까?(…)아버지는 당신 손과 내 손을 번갈아 쳐다본다. ‘정말 그렇구나. 하지만 네가 나보다 손을 훨씬 더 잘 썼지’. 정적이 감돈다. 울음이 목울대까지 차오르면서 숨이 컥 막힌다.”(394쪽)

책은 스팅의 가족사를 큰 축으로 하지만, 음악 이야기도 촘촘하게 실었다. 무명 밴드로 활동하던 시절, 제리 리처드슨을 만나 ‘마지막 비상구’의 멤버로 공연을 다녔던 일, ‘폴리스’를 결성한 뒷이야기, ‘재즈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만남 등 그 자체로 팝 음악의 역사가 된다.

‘전설’이라는 수식어로도 모자란 엔니오 모리코네(86)는 뉴욕대 영화과 교수인 안토니오 몬다와 수 개월에 걸쳐 대화를 나눈다. 마에스트로와 교수의 만남답게 전문적이고 지적이지만 대화는 시종일관 깊은 성찰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2009년 시작돼 2010년 6월까지 계속된 인터뷰에서 모리코네는 영화음악 작곡가로서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영화음악을 만든 뒷이야기, 영화인들과 나눈 우정, 성공적인 사운드트랙의 조건 등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세계가 얼마나 신비롭고 오묘한지 속삭인다.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파시스트’ ‘바리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거장’의 대표곡을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모리코네 하면 국내팬들은 ‘미션’부터 떠올린다. 아마존 강가에 나지막이 울려퍼지는 오보에 멜로디는 이미 영화에서 유명해졌지만 지난 2010년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을 통해 ‘넬라판타지아’로서 더욱 알려졌기 때문이다. 모리코네는 ‘미션’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회상한다. “제작자 데이비드 푸트남이 처음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너드 번스타인을 써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거겠죠. 무슨 연유에선지 번스타인한테는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거예요.” 아직 음악이 없는 상태의 ‘미션’을 보고 모리코네는 충격을 받는다. “정말 감동적이었죠. 그래서 제가 했던 말입니다. ‘제가 했다가는 다 망치겠는걸요. 그대로가 훨씬 나아요’.”(130쪽)

열렬한 축구팬이기도 한 모리코네는 저자와의 마지막 만남에선 2010 남아공월드컵 경기 결과를 토론할 만큼 이탈리아 남성 특유의 면모도 보인다. 몬다 교수는 “스위스가 스페인을 꺾고 멕시코가 프랑스를 꺾는, 모두가 놀랄 만한 이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날은 독일이 예상을 뒤엎고 세르비아에 패배하고 말았다”며 “엔니오는 모든 소식을 먼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결과에 대해서는 태연한 듯했고 그 대신에 AS 로마의 새로운 선수 영입에 대해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한다.

또 모리코네는 미국 작곡가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국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오케스트레이션(악곡을 관현악화하는것)을 안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작곡가들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저울질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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