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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1일(金)
‘자화상’속에 ‘성찰하는 삶’ 담겨있다
삶의 본성과 의미 되새겨 역설적 발상·고정관념 깨… 소크라테스 화두에 대답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그래픽=이고운 기자 leegoun@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 / 로버트 노직 지음, 김한영 옮김 / 김영사

밖에는 어스름한 어둠이 내리고 낮동안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뒀던 생각들이 떠오를 때, 깊은 지성과 박식함, 개방적인 호기심과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철학자가 찾아와 인생의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어떻겠는가.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1938∼2002)의 문학적인 철학 에세이(원제 Examined Life·1989)는 그런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죽음, 부모, 일상의 신성함, 성과 사랑, 홀로코스트, 정치까지 26가지 삶의 주제(문제)에 대한 깊은 사색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소크라테스적 논변’으로 이름 날렸던 그답게 책 전체를 지탱하는 화두는 “성찰하지 않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정언이다. 다만 노직은 “나는 소크라테스처럼 성찰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고를 앞세워 삶을 이끌 때 우리는 남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찰되지 않는 삶은 충분하지가 않다”는 인색하지 않은 테두리를 친다.

그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울 수 없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며 책을 시작한다. 그는 “삶에 대한 철학적 명상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며, 성찰적 삶을 사는 것은 자화상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사진은 순간적 속사(速寫)로 한순간을 담는 데 비해 초상화는 긴 시간 동안 각각 다른 빛 속에서 일련의 특징, 감정, 생각을 가진 개인의 다양한 모습, 지금까지 한 번도 동시에 드러난 적 없었던 여러 부분을 깊이있게 담아내기”때문이다. 그러니 “성찰하는 삶이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그린 자화상을 당당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 같은 깊이가 삶에 대한 이해를 만들고 이는 다시 삶에 스며들어 삶의 경로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자신은 최대한 솔직하고 정직하고 신중하게 삶에 대한 견해를 제시할 테니, 당신은 당신의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이어 그는 ‘초상화’를 이루는 다양한 조각들을 펼쳐 낸다. 불멸이란 무엇인가, 여러 세대에 걸쳐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정당한가, 동양의 깨달음은 효과가 있는가,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즐거운 감정만 느낀다면 무엇을 잃게 되는가, 부와 권력에 대한 집착은 무엇이 문제이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26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하지만 그의 답은 강력한 주장 쪽보다는 쉬운 언어로 독자로 하여금 삶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하고, 그 문제의 주름과 주름에 감춰져 보지 못했던 국면을 보게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부모가 죽은 뒤에야 죽음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인다며 죽음을 이야기하고, 청소년기는 부모에 대한 반항, 성년기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라면 성숙기는 부모에게 부모가 되는 것이라며 성장과 상속 문제를 풀어낸다. 일상의 신성함은 먹고 말하고 키스하고 깨물고 숨쉬는 입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이렇게 점점 윤리와 인도주의, 우주적 존재에까지 이야기를 확장해낸다.

그는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점수를 100이라 할 때, 살아 있다는 것이 50점, 인간이라는 것이 30점, 제 능력과 역할을 하는 것이 10점으로 사람들에겐 대부분 90점 정도가 주어진다며 성찰하는 삶은 나머지 10점의 문제라고 했다. 성찰하는 삶의 부분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주어진 삶 이상을 탐구하고, 대응하고, 그 안에서 관계 맺고, 그렇게 자신을 한층 더 변화시키는 나선형 순환을 이뤄내며 10% 중 6∼7%라도 채울 때 삶은 의미있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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