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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1일(金)
“리더, 혼자 하려 들지말고 네트워크 통해 난관 극복해야”
타르야 할로넨 前 핀란드 대통령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여성의 능력과 재능을 제한하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재단 제공
▲  타르야 할로넨(왼쪽 두 번째) 전 핀란드 대통령과 마리 루이즈 콜레이로 프레카(〃 세 번째) 몰타 대통령, 로자 오툰바예바(오른쪽)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이 지난 6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 ‘프레지던트 포럼’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타르야 할로넨(70) 전 핀란드 대통령은 퇴임 후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전직 여성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9월 핀란드 헬싱키 아셈(아시아유럽회의) 정상회의 때였는데 8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지난 6월 4∼7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Global Summit of Women)에 마리 루이즈 콜레이로 프레카 몰타 대통령, 아티페테 야햐가 코소보 대통령, 로자 오툰바예바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과 함께 참석했다. 그런데 공식 세션에 참석해 연설만 하고 자리를 뜨는 여느 리더와 달리 그는 사흘간 이어진 회의 기간 내내 자리를 지켰고 참석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심지어 7일 GSW 폐막 후 즉석에서 벌어진 프렌치 스타일 댄스파티 때에는 남편인 펜더 아라자비 박사와 함께 참석자들과 춤을 출 정도였다. 회의 기간 내내 그가 보여준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조찬모임 때 만나 인터뷰를 제안했더니, 마지막 날 ‘프레지던트 포럼’ 후 하자고 구두 약속을 했다. 7일 오후 세션이 끝난 뒤 곧바로 회의장 밖으로 나가서 기다렸더니 팬클럽 회원들이 모인 것처럼 100여 명의 여성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더러는 사인을 해달라고 했고 더러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유럽 각국의 다양한 시민단체 대표들은 즉석에서 강연 요청을 하며 스케줄을 잡으려 했다. 인터뷰 장소까지 5m 정도 이동하는 데 10분 이상이 걸렸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장소 또한 핀란드가 아닌 파리인 데도 이렇게 팝스타처럼 팬들이 몰리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GSW 회의장에서 겨우 벗어나 조용한 장소로 이동해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 준비를 했다. 그는 조금의 휴식도 없이 곧바로 시작하는 게 불편했는지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한 뒤 숨을 돌리며 콤팩트를 꺼냈다. 작은 거울을 보며 지워진 화장을 보완하고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빗었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운 뒤 “이제 준비됐다”며 웃었다. 칠순의 나이지만 카메라 앞에선 그도 여자였다.

질문을 하기에 앞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고 했더니 “나도 놀랐다”며 여유 있게 말을 받았다.

파리 GSW 회의 참석 소감을 물었더니 “여성 비즈니스 리더들이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참석했는데 굉장히 유익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몰타의 현직 여성 대통령, 키르기스스탄의 전직 대통령과 함께한 프레지던트 포럼 세션에서 뭘 느꼈는지.

“일반 사람들은 여성 대통령을 독특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여성 리더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좀 줄어들고 있지만 기본적인 편견은 여전한 것 같다. 핀란드와 몰타, 키르기스스탄은 상황이 서로 다른 나라인데 여성 지도자들이 느꼈던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비슷하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핸드백 얘기를 꺼냈다.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00년 취임한 뒤 미디어가 보여준 첫 관심이 뜻밖에도 핸드백이었다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미디어는 내가 어떤 얘기를 하느냐는 것보다 내가 든 핸드백에 관심을 보였다. 핸드백이 크면 크다고, 작으면 또 작다고 썼다. 이런 행태를 보고 미디어가 여성 지도자에 대해 뭔가 고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는 인터뷰 직전 GSW 회의 오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프레지던트 포럼에서도 이 핸드백 일화를 소개했다. 여성들의 천국이고 남녀평등이 최고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북유럽 핀란드에서조차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미디어의 반응이 그 정도였으니 다른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프레지던트 포럼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오툰바예바 전 대통령, 프레카 대통령도 미디어가 여성 지도자들의 옷차림과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12년간 지냈는데 여성 최고지도자에게 남다르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보통 사람들은 대개 강력한 리더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고, 강력한 성격을 지닌 리더를 선호한다. 미디어가 강력하고 이기적인 리더 대망론을 조장하기도 한다. 강력함의 면에서 여성 리더는 늘 불리한 평가를 받곤 하는데 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강력한 리더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는 여성 정치인들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면을 많이 지적한다. 그리고 카리스마 부족을 여성 리더들의 공통적 특징이라는 식으로 쉽게 스테레오 타입화한다. 여성 지도자들이 이런 미디어의 편견과 통념을 깨고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보이려면 센스와 유머가 필요하다. 또한 무엇을 혼자 하려 들지말고 여성들 간의 조직이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하는 게 좋다. 두드러진 여성들은 쉽게 남성들의 타깃이 될 수 있는데 네트워크로 극복해야 한다.”

―싱글맘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젊었을 때 결혼을 하지 않고 살다가 딸 안나를 낳았고 파트너와는 그 후 3년 만에 헤어졌다. 그때 아주 힘들었지만 단 한 번도 싱글맘이라는 것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여성들은 이혼 후에 아이를 혼자 키우거나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더라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때로 결혼을 하고 이혼도 한다. 평생 혼자 살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아이가 있으면 사회와 정부가 지원을 해 줘야 한다. 핀란드는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아이 키우는 데 힘이 돼 준다. 내가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회의 지원 덕분이다.”

할로넨은 어린 시절 싱글맘 밑에서 성장했다. 어머니는 재봉사, 아버지는 용접공이었는데 그를 낳은 뒤 이혼했다. 그런 탓인지 한부모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지난 6월 26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된 ‘사회통합을 위한 한부모가족복지정책 포럼’에 보낸 축사에서도 “핀란드 아이들 중 약 40%는 법적인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났는데 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정상적인 일인 만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혼외 출생 자녀나 이혼 가정, 싱글맘 가정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머니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가.

“어머니는 아주 쾌활하고 강했다. 늘 내게 ‘아이들이 기본이다. 아이들은 하나의 세상이다’는 말을 했다. 나는 2000년 결혼하면서 아이가 넷인 가정을 이루게 됐다. 내게 딸 안나가 있었고 남편이 아들, 그리고 전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얻은 두 아이를 데려와 네 아이를 함께 키웠다. 네 아이가 4명의 손주를 낳았고 곧 한 명의 손주가 더 태어난다. 나이 들어 결혼했더니 아이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도 싱글인데 조언을 한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가족은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가족이 없더라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것을 잘 유지하면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세상엔 미혼 여성으로서 활동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미혼 여성이다. 싱글은 정치에서 커리어를 쌓을 때, 그리고 정치활동을 할 때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많다.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돼 혼자 있을 때엔 어려운 점이 많아진다. 그때 가족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프렌드십이다. 내 어머니는 어렸을 적 늘 내게 친구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친구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이 없다고 해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또 친구들이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들은 가족과 다름없다. 네트워크와 프렌드십이 있으면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에 어떻게 돌파했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국가지도자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주변의 조언을 들었다. 대통령은 그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국가가 나아갈 길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국제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는 이 부분을 얘기하면서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은 나보다 훨씬 젊으니 더 많은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박 대통령 얘기를 했다. 싱글 정치인으로 지내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자신의 지난 세월과 박 대통령의 삶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연대감을 느끼는 듯했다.

할로넨은 노조 변호사를 하다가 의회에 진출, 외교장관 등을 거쳐 대통령에 선출됐는데 여성의 정치권 진입을 위한 쿼터제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다. GSW 프레지던트 포럼에서 여성 쿼터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할로넨은 “내가 정치에 입문할 때 핀란드의 경우도 대부분 남성들이 정치를 했지만 쿼터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았다”면서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 앞에 놓인 ‘유리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유리천장이 높지만, 여성들은 갖고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끝까지 커리어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일과 가정·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들을 위해서도 “그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와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데이케어 센터가 많이 설립돼야 하고, 남성들도 육아 및 가정일에 공동참여하도록 제도 자체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2012년 대통령으로 활동했는데 재임 중 특별히 집중했던 분야는 어느 부문인가.

“나는 사회 정의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국내외적으로 평화운동을 펴는 데 집중했고 주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이웃나라들과의 신뢰 구축은 국가안보를 잘 관리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남북한도 통일이 되려면 상호간에 신뢰 구축이 필요한 만큼 신뢰 구축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남북한에 그런 시스템이 가동될 때 그 신뢰를 바탕으로 동·서독처럼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임 중 핀란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멤버가 되는 데 아주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는데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핀란드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한 그렇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아주 풀기 어려운 것인데 그 문제의 근원은 소련 붕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그것은 오늘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서 분리 위험이 있는데 유럽연합(EU)과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한 나라로서 통합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평화적으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핀란드는 부패가 적은 나라로 유명한데 비결이 무엇인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핀란드를 부패에서 자유로운 나라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핀란드 국민들이 모두 성인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부패를 그저 부패로 보지 않고 도둑질이라고 여긴다. 어린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가르치고 그것이 몸에 배게 하고 그렇게 생각하도록 한다. 누구도 쉽게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사회 인식, 그리고 시스템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는 핀란드가 부패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거듭나기까지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세상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교육을 최우선시했고 교육에 대한 그런 의지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교육에 대한 할로넨의 열정은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2013년 5월 헬싱키대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연설에서 “초등교육뿐 아니라, 중등교육, 직업교육은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도전을 이겨내며 삶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받았다고 불평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흐름이 옛날에 비해 더 빨라졌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낡은 것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평생 배워야 하고 평생 교육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에 삼성전자가 있듯 핀란드에는 노키아가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노키아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키아는 핀란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줬던 기업이다.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노키아의 결정은 쇼크였다. 우리는 노키아를 전력으로 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거기엔 좋은 측면도 있고 나쁜 측면도 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설이 있던데.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그는 ‘루머’라고 짧게 일축하고 말았지만, 2016년 1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여성 지도자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를 맡고 있는 헬렌 클라크(63) 전 뉴질랜드 총리,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리나 보코바(62) 전 불가리아 외교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1월 클라크 총재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하면서 “유엔이 첫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하느냐 마느냐는 흥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전직 지도자로 꼽힌다.

할로넨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에 대한 질문이 싫지 않았던 듯 즉답을 피하면서도 “나는 반 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엔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의 어떤 활동에 참여하고 있나.

“리오 플러스 20 고위레벨 패널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 서밋 등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고위 패널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지속가능한 개발 문제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과도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 각 국가를 방문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엔 나 스스로를 ‘프리랜서 아티스트’라고 부른다.”(웃음)

―아티스트라니 무슨 뜻인가.

“내 어릴 적 꿈이 아티스트였다. 대학에 입학해 내가 처음 공부한 부분이 예술사고 그림도 1년간 그렸다. 그러다가 법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를 안 하고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아티스트가 됐을 것으로 보는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실용적인 학문을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예술사 공부를 하다 법학으로 바꿨는데 다행히 잘 맞았고 변호사가 됐다.”

―정치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간에 정치를 꿈꾼다면 뭔가 직업을 가진 뒤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최소한 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치 입문 전에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는 상당히 의외인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의 일이다. 또한 정치는 프로세스다. 하나의 목표가 아니다. 전문성이 있어야 하루하루 네트워크를 만들고 한 발자국씩 전진할 수 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하려면 기반이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정치, 지속가능한 정치적 성공을 일궈내려면 구체적인 일 속에서 한 단계 한 단계 배우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계를 키워 가야 한다. 정치는 비즈니스와 같지 않다. 정치는 하루 24시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루 종일 묶여 있는 것과 같다. 나는 노조 변호사였는데, 노조에서 일상 업무를 하면서 쌓은 네트워크와 실무 경험이 정치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프레지던트 포럼에서 여성 대통령의 핸드백 얘기를 꺼낸 것을 보니 미디어와의 관계가 쉽지 않았던 듯한데.

“미디어와의 관계가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디어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장관이나 스태프들에게 ‘미디어가 당신들을 잡아먹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늘 말했다. 정치인들은 미디어와 접촉해야 하고 때로 모든 정보를 줘야 할 때도 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는 언론에 대해 깊은 신뢰를 표현해온 리더로 유명하다. 2006년 헬싱키에서 아셈 정상회의가 개최됐을 때 청와대 출입기자로 노무현 당시 대통령 수행취재를 간 적이 있다. 당시 할로넨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했다. 핀란드의 청렴성 비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할로넨은 “언론 덕분”이라며 “언론이 활발하게 활동해 핀란드에서는 부패가 발붙이기 힘들어졌다”고 답을 했다. 이어 그는 “언론의 자유가 늘 편안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언론은 꼭 필요한 것이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의 옆에 서 있던 노 대통령은 ‘언론들이 북핵 위기를 부추긴다’는 식으로 언론을 비판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편하지는 않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언론’이라는 할로넨의 시각에 공감이 갔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인터뷰를 끝내고 다시 GSW 회의장으로 가야 한다며 일어섰다. 그러다 1분 후 종종걸음을 하며 다시 돌아왔다. 너무 급히 일어나느라 조그만 검은 핸드백을 놓고 간 것이다. 경황없이 돌아와 소파에 놓인 핸드백을 발견한 뒤 “핸드백 없는 여성은 엄마 없는 아이와 같은데 방금 전 내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며 활짝 웃었다. 진지하되 유머가 있고 매력적인 여성 리더와의 유쾌한 대화였다.

인터뷰=이미숙 국제부장, 파리 =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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