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최고에서 최악으로… 월드컵 名將의 씁쓸한 퇴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한국시간)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이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66) 감독은 12년 전인 2002 한·일월드컵에서 3명의 출중한 공격수를 앞세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3명 중 한 명인 호나우두(38)는 이날 브라질 방송의 해설자로 경기를 지켜보며 자신의 월드컵 통산 최다골 기록이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에게 깨지는 것을 목도했다. 다른 한 명인 히바우두(42)는 독일 ZDF 방송의 게스트로 나섰다가 대승에 들뜬 독일 중계진 사이에서 혼자 침묵해야 했다. 또 한 명인 호나우지뉴(34)는 대표팀에 선발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낙마한 뒤 충격적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당시와는 다른 대표팀의 빈곤한 공격력을 줄곧 우려했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와 호흡을 맞춰 골을 넣을 만한 선수가 이번 브라질 대표팀에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디에고 코스타(26)의 발탁을 시도했지만 그가 스페인 국적을 선택하며 무산됐다. 그렇다고 프레드(30·플루미넨세)를 계속 중용한 것은 그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2002년 호나우지뉴를 깜짝 선발하고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아선 데쿠(37·플루미넨세)와 10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를 발탁했던 용병술은 실종됐다. 월드컵 4강에 무려 세 번이나 진출한 명장이지만 이번엔 브라질 참패의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청문회장까지 끌려가 프레드를 고집했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는 가장 존경받던 지도자에서 최악의 실패를 야기한 감독으로 전락했다.

스콜라리의 몰락은 그가 한국과 인연이 많았다는 점에서도 안타깝다. 그는 1982년 브라질 프로팀인 유벤투지를 이끌고 한국에 와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2009년엔 우즈베키스탄 분요드코르 감독으로 한국에 왔고, 지난해엔 브라질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명장의 불명예 퇴장은 한국 대표팀의 조기 탈락과 함께 이번 대회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