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명에도 ‘상표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god 상표권자’ 싸이더스 12년만의 재결합 이끌어
HOT 멤버들 5명 모여도 SM 허락 없인 활동 못해

최근 god(왼쪽 사진),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원년 아이돌 그룹이 연이어 가요계에 컴백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오른쪽)는 내년 1월 새 앨범을 낸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HOT, 젝스키스, 핑클 등 왕년의 스타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T와 핑클의 멤버들은 현재도 활발히 연예 활동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모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12년 만에 ‘완전체’로 모인 그룹 god의 멤버 김태우는 공연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각 멤버들과 회사의 마음을 모으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섯 멤버가 의기투합했지만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건 god조차 god라는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god의 경우 다섯 멤버 모두가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 다섯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역할을 한 주역은 god가 전성기 시절 몸담고 있던 싸이더스HQ였고, 새 앨범의 프로듀서는 이 회사의 정훈탁 대표가 맡았다. god의 상표권을 가진 싸이더스HQ는 각 멤버들의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중립적 위치에서 god의 활동을 이끌 적임자였다. 이 때문에 다섯 멤버들은 공연 전 싸이더스HQ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과거를 추억했다.

싸이더스HQ의 김선화 홍보팀장은 “god의 공연과 앨범, 방송 활동을 모두 담당한다. 개별 활동은 각 소속사 소관이지만 두 명 이상 모이면 ‘god’라 불릴 수 있기 때문에 싸이더스HQ가 모든 것을 관리한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2001년 해체 후 끊임없이 컴백설이 제기되고 있는 HOT가 다시금 뭉치기 위해서는 상표권을 가진 SM엔터테인먼트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 싸이더스HQ를 떠난 god와 달리 HOT의 메인 보컬이었던 강타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때문에 강타가 HOT의 재결합에 동의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상표권 사용이 가능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HOT의 리더였던 문희준은 지난해 초 솔로 컴백과 맞춰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이 재결성을 의논했고 컴백일까지 정해놨다. 멤버들의 마음은 맞았는데 회사가 다른 것이 (문제가) 크더라”며 “5명의 멤버와 5개의 회사, 즉 10명이 합의를 봐야 하는데 해결이 안 됐다”고 밝혔다.

반면 역시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인 플라이투더스카이는 5년 만에 재결합에 성공했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1999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으나 2004년 계약이 만료되며 소속사를 옮겼다. 이수만 회장과 상의 끝에 ‘발전적 이별’을 택한 플라이투더스카이는 계약 만료 후에도 플라이투더스카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이후 각자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활동하던 환희와 브라이언은 5년 만에 재결합하며 이수만 회장을 찾아가 인사를 전했다.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 준 SM엔터테인먼트의 배려가 있었기에 플라이투더스카이가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던 셈이다.

1998년 결성 후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인 신화는 공동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이해 관계를 정리했다. 각기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여섯 멤버는 지난 2011년 신화 활동을 주관하는 ‘신화 컴퍼니’를 만들었다. ‘신화’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이 회사에서 관리하며 수익금은 6분의 1로 나눠져 동등하게 배분된다.

신화를 홍보하는 신화컴퍼니의 정은진 팀장은 “공동 회사를 통해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니 각 멤버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일이 적다”며 “신화는 소속이 다른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존중하며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