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권 시비땐 유사시 도움 못줘’ 韓 협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유사시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개에 일본의 ‘양해’가 필수적임을 주장한 것은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과거사 도발과 함께 부정적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에 전하는 사실상의 ‘협박’으로도 읽힌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강대국 일본 건설을 위한 국가총동원체제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즉 최소한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모든 군사안보 현안에 일본이 사사건건 개입할 구실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전력화는 일본이 관여할 수 없는 미군의 고유 권한으로 아베 총리가 권한을 넘어서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집단자위권 발동의 기준이 되는 ‘무력행사 신(新) 3요건’을 서서히 무력화시키는 자의적인 확대해석을 내놓기 시작해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양해 없이 주일미군이 출동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은 한국은 물론 미국, 북한 등 ‘3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이 나온다. 이창형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에게는 유사시에 일본의 후방기지가 한반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일본이 협조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이면서 미국에게는 유사시에 일본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미국이 한국에 압박을 가해 달라는 의미가 동시에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일본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한에게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압박카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아베 총리가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해 일본의 ‘동의’가 아닌 ‘양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는 일본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가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원유 공급난 등 경제적 타격 시에도 집단자위권 행사요건이 된다고 밝히는 등 무력행사의 적용사례가 점점 넓어지는 것도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내부 비판론자들의 주장처럼 치명적 안보위협이나 국민의 행복추구권과는 무관한 사안을 집단자위권 행사의 적용사례로 주장하고 있다”면서 “집단자위권 문제가 아직 일본 내에서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