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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8일(金)
장하준이 담아낸 ‘경제 칵테일’… “경제학자를 믿지 마라, 여러 학파 이론 섞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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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지음 / 부키

2008년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 하지만 정작 경제학자들은 이를 예상치 못했다. ‘경제학자들은 왜 오판했는가’(뉴욕타임스), ‘경제학자가 왜 필요한가’(비즈니스위크), ‘경제학자들을 권좌에서 쓸어내라’(파이낸셜타임스). 경제학자에게 쏟아진 비판이었다. 이는 2011년 11월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신입생 수십 명이 그레고리 멘큐 교수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멘큐 교수를 향해 항의 서한을 낭독했다. “당신의 강의는 편향됐다.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빈부격차를 영구화하고, 세계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균형 잡힌 양면을 알고 싶다.”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 꼽히는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이 같은 절실한 요구에 대한 장하준 스타일의 대중적인 답이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 ‘경제학, 사용자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이다. “고등학교 정도의 교육을 받고, 세상일에 대한 궁금증과 한 번에 몇 문단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참을성을 지닌 사람”이 대상이다. 하지만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을 통해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논파한 장 교수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자평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책의 전제는 신자유주의를 지탱한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이며, 그 목표는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경제학자에게 도전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경제학을 둘러싼 각종 고정관념과 신화를 깨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제학은 ‘희소성 있는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나 ‘개인의 합리적 선택’으로 세상사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경제만능론, 경제학은 모든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잘못된 신념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경제학 제국주의이자 심각한 과대망상증’이다.

“우리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동성결혼, 기후변화, 이라크 전쟁, 핵발전소에 대해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데, 경제에 있어서는 강한 의견은커녕 왜 관심도 보이지 않는가?”

저자는 몇 십 년 사이 주류 경제학파로 군림한 신고전주의 학파가 ‘경제학은 과학’이라고 믿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에 올바른 하나의 답이 존재하는 과학이기에 비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이 합의한 결론을 믿고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경제학에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이 존재하며, 오히려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대단히 정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전제하에 장 교수는 자본주의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 시대 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9개 경제학파를 살핀다. 오스트리아 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 전통(D), 제도 학파(I), 케인스 학파(K), 마르크스 학파(M), 신고전주의 학파(N), 슘페터 학파(S)로 이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명료하게 요약한다. 예를 들어 신고전주의 학파는 “어떤 현상을 개인 단위까지 분석한 덕분에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를 가졌지만 현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해 근본적인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식이다. 즉 신고전주의 학파가 자신들의 논리만이 유일한 경제학인양 우쭐대지만, 그저 여러 학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신고전주의의 특권 파문’이다.

이 같은 각 학파의 장점과 한계는 장하준식 ‘경제 칵테일’로 수렴된다. 제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서는 여러 학파를 결합한 칵테일 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활력과 생존 능력을 살피려면 CMSI 칵테일 해법을, 정부 개입에 대해 알고 싶다면 NDK 칵테일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의 현경제 단계를 파악하는 데에는 MDKI 칵테일을 제안했다.

이어 생산, 소득, 금융, 행복, 불평등, 빈곤, 일과 실업, 정부 역할, 국제 무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압축적으로 풀이한 뒤 그는 이 정도 공부했으니 “이제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하라”고 주문한다. 경제는 전문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이며, 경제학자를 비롯해 전문가에게 도전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는 이 도전으로 신자유주의 질서와 이를 지탱하는 주류 경제학에 균열을 주자는 더 큰 목표를 제안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30여 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 체제를 더 역동적이고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가능한 체제로 만들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억하자. 200년 전 많은 미국인이 노예 제도를 없애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100년 전 영국 정부는 투표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감옥에 가뒀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지적으로는 비관주의, 의지로는 낙관주의’를 가져야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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