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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7월 18일(金)
조선후기 御寶 전문 위조범 성행했었다
정조 ∼ 철종 범죄 2853건 분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조선후기 화가 김준근의 풍속화. 죄인이 북을 짊어지고 거리를 도는 당시의 형벌을 묘사하고 있다.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유승희 지음 / 이학사

18∼19세기 조선후기, 지방 이농인들이 한성으로 상경해 새로운 사회계층을 형성했다. 도시 빈민층이 늘면서 빈부 격차가 증대됐다.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과소비와 사치, 음주와 도박을 즐기는 유흥문화가 발달했고, 민습이 패악해져 사람들은 술주정 폭력 도박을 일삼았다. 19세기 들어 한성에서 살인 강도와 폭행 치사 등 강력 범죄가 늘었다.

이 같은 사회변동의 시기, 사회적 도덕적 질서가 위협을 받았다.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民不畏法) ‘민이 법을 알지 못한다’(民不知法) ‘민의 습성이 옛날과 같지 않다’(民習不古)고 했다.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돈이 중시되는 배금주의 풍조에 경제범죄가 급증했다. 계층 간 갈등이 분출되고 혼란이 야기됐으며 사회 기강과 상호 신뢰가 무너졌다.

이 책은 조선후기 한성에서 일어난 사죄(死罪·사형에 처해지는 범죄) 위주의 범죄 분석을 통해 역사 읽기를 시도한다. ‘조선후기 한성부의 범죄 보고서’란 부제 아래 도시 범죄를 통해 당대의 사회 갈등과 삶에 다가선다. 조선후기 도시민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저자는 정조부터 철종까지의 국정일기인 ‘일성록’ 중 범죄사건 2853건을 통해 범죄 지형을 분석하고 사회상을 짚어낸다.

저자는 “조선후기 농촌사회의 분화와 신분제 동요 등 사회경제적 변동으로 계층 간 접촉에 따른 사회 갈등이 늘었다”며 “그같은 세태는 범죄 기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전국적으로 범죄의 89%가 폭력이었고, 다음이 경제 범죄(5.9%), 사회 풍속 범죄(5.1%)였을 만큼 폭행 관련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강력사건의 대부분이 이웃, 지인 사이에 일어나는 등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대립 양상도 드러낸다.

한성의 경우, 지방에 비해 폭력 범죄뿐 아니라 절도 위조 같은 경제 범죄도 비중이 높았다. 전국적으로 한성의 범죄율이 가장 높았다. 한성에선 폭력 범죄가 전체의 63.4%, 경제범죄도 29.6%나 됐다. 특히 전체 경제범죄의 72.4%가 한성에서 일어났다.

조선시대엔 문서 위조를 중범죄로 여겨 위조범을 사형에 처했지만 후기 들어서 위조 범죄가 성행했다. 정조시대 어보를 위조해 100여 장의 위조문서를 한성과 지방에서 판매한 위조범, 가업으로 대를 이은 부자위조범들이 활동했다. 당시 신분 상승과 재물 취득을 위해 위조 문서를 필요로 했고 전문위조점들이 등장한 것.

이 같은 범죄 통계 결과를 토대로 저자는 당대 한성의 사회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지방에서 상경한 이농인의 빈한한 도시생활, 법과 신분보다 돈을 중시하는 배금주의 만연, 국가의 직접 통제에 따른 관속과 일반인의 대립과 반목 등이 그것이다. 도시화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생활 의식과 행동이 다양해졌고, 구성원 간의 이질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마찰이 늘고 범죄가 성행했다는 이야기다.

19세기 들어 범죄에 대한 국가의 사회 통제가 강화되고 지역적으로 도성 안의 치안이 도성 밖보다 철저했지만 도성 안에서 범죄가 빈번했다. 돈을 얻을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절도 위조 같은 위법도 마다치 않는 등 사회문제가 심각했다. 19세기 중엽 일부 유민은 시장이나 집에 불을 지른 후 물건과 돈을 훔쳤고, 인적이 드문 해질 녘이면 도성 내 으슥한 곳에선 강도가 무서워 외출을 꺼릴 정도였다.

당시 한성 도로변, 청계천 교량에서 빈번하던 강도 살인사건의 범죄인은 대부분 빈한한 상경 이농인이었다. 상업의 비중이 높았던 한성에서 궁궐 종묘 관청 주변에서 절도 사건, 신분 상승을 위한 관문서 위조 사건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또한 지방에 비해 관의 영향력이 높았던 한성에서 유독 하층민과 관속 간의 마찰, 그에 따른 집단 폭력과 대규모 집단행동이 거셌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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