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적용 ‘묻지마 MOU’ 남발… 지연·해지 속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웅동엔터테인먼트단지(283만㎡) 부지조성공사가 진행돼 있다. 경남도는 이 가운데 일부에 ‘영화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짓기로 하고 20세기폭스사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협약이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오른쪽 사진은 테마파크 조감도. 경남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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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국내외 기업 등과 야심차게 추진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이, 잘되면 지역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기도 하지만,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단 ‘질러 놓고 보는 식’의 MOU 남발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단체장들은 선거 등 표와 지역민심을 의식해 MOU 체결 시엔 대대적 홍보에 나서는 반면,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충분한 주민 설명을 해주지 않아 빈축을 사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려하게 발표되는 전국 자치단체와 기업체 간 MOU 체결 실태와 이행 현황을 짚어봤다.

경남도가 지난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모아놓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인 창원시 진해구 웅동엔터테인먼트단지(283만㎡)에 20세기 폭스사 이름의 ‘영화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짓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도는 이날 폭스사 및 빌리지 로드쇼 등과 사업이행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협약체결 및 발표로 지역에서는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웅동엔터테인먼트단지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도는 폭스사 등과의 3자 MOU 체결을 지렛대 삼아 웅동엔터테인먼트단지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3조6000억 원)를 유인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지만 전체 부지를 개발할 주 개발자나 종합개발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협약이 잘 이행되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이곳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 시절인 2003년 포뮬러1(F1) 경기장을 지으려다 접었고, 김태호 전 지사 재임기인 2006년에는 에머슨퍼시픽과 모건스탠리가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계적인 리조트를 짓겠다며 경남도와 MOU를 체결했으나 무산된 곳이다.

2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자치단체와 국내외 기업 간 체결된 MOU 중 태양광 사업은 곳곳에서 좌초되거나 사업 시기가 미뤄지는 등 이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경남도는 2010년 9월 미국 태양광 에너지서비스업체인 MEMC사와 2013년 말까지 4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 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세계 태양광 관련 시장이 침체되면서 MEMC사는 2012년 3월 발전허가증을 자진반납하고 협약을 없던 일로 했다.

대구시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외국인 투자유치가 예정됐던 미국 태양광업체 ‘스타이온(STION)’이 시장악화로 투자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스타이온은 2012년 5월 대구시와 ‘스타이온-코리아’(가칭)를 대구에 설립하기로 하는 투자 확약서를 체결했다. 당시 대구를 해외 첫 생산기지로 선택한 스타이온은 1단계로 성서5차 산업단지 내 8만3266㎡ 부지에 3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300㎿ 규모의 박막형 태양전지 모듈 생산 공장을 2013년 착공, 올해부터 가동하고 인력도 400명 이상 채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태양광 관련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투자시기가 미뤄진 상태다. 웅진폴리실리콘도 경북도와 2011년 4월 태양광 관련 사업에 4650억 원 투자 MOU를 체결했으나 업황 악화에 따른 폴리실리콘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누적 적자로 인한 경영악화로 투자가 부진하다.

이들 지자체는 태양광 관련 사업 MOU를 체결할 때는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한 결과를 낳아 신인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된 MOU 실패 사례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2010년 4월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솔베이 그룹과 1000만 달러를 투자,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소’인 ‘아시아 R&D센터’를 울산 온산공단에 설립하기로 MOU를 체결했으나 무산됐다. 솔베이 그룹이 MOU 체결 후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전문연구인력이 풍부한 수도권지역으로 ‘아시아 R&D센터’를 옮겼다. 당시 울산시는 솔베이그룹의 아시아 R&D 센터가 울산에 설립됨으로써 울산이 전지 및 에너지산업과 관련해 산·학·연의 유기적 연계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에 영화·영상을 주제로 한 국내 최대 테마파크를 조성하려던 계획도 부산도시공사가 CJ그룹과 맺은 사업협약을 해지키로 하면서 5년 만에 무산됐다. 부산도시공사는 2009년 9월 CJ그룹과 사업계약을 성사, 공동 출자로 합작법인인 동부산테마파크㈜를 설립했으나 부산도시공사와 CJ그룹이 테마파크 내 대형 아웃렛 개발 방안 중 상업시설확대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 실패는 이번이 5번째로 2005년부터 중동의 다국적 사업체인 알알리 그룹 등과 MOU를 맺었으나 계약 성사 직전 좌절되는 과정을 4차례나 반복했다.

하지만 면밀한 사업 검토로 MOU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강원도는 민선 5기 이후 현재까지 7건의 외자유치 MOU를 체결해 현재 6건이 부지매입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강원 춘천시 중도 유원지에 조성되는 세계적 어린이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올 하반기에 착공해 2017년 개장될 예정이다. 레고랜드는 영국 멀린사와 국내 컨소시엄이 중도 일원 129만1000㎡에 총 5011억 원을 투자해 역사박물관, 레고 호텔,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스파빌리지 등을 조성하는 친환경 테마파크 건설 사업이다.

지자체들은 MOU 이행 불발로 신인도 등에 타격을 입자 내실 있는 사업진행을 위해 최근에는 보수적으로 MOU를 체결해 이행률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MOU 체결 이후 실패사례가 나타나자 체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성과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외자 유치기업의 장래성과 실제 투자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MOU 체결 전에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박영수·대구=박천학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