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장동민의 王의 병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세종-안질, 과도한 독서는 눈 손상… 실명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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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의 심리상태나 마음가짐에 따라 눈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인데, 실제 심리학자나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눈의 움직임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눈빛이 살아 있다’ 또는 ‘눈이 썩은 동태 눈 같다’ 등의 표현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눈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각(視覺) 기능이다. 다시 말해 사물을 보고 깨닫는 능력인데, 인체의 감각 중에서 시각은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더욱이 일국의 국왕이 시각을 잃어 실명(失明)이라도 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 왕 중에서 너무나 책을 탐닉해서 부왕이 책을 빼앗아 숨겼다고까지 알려진 세종의 경우 이러한 눈 증상이 압도적으로 많이 기록돼 있다.

세종 21년 6월 21일의 기록에는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해 놓았는데,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 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서 한 걸음 사이에서도 사람이 있는 것만 알겠고 정확히 누구인지를 모르겠다’고 얘기하면서, 세자에게 강무를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다시 말해 왼쪽 눈은 통증이 느껴지고, 오른쪽 눈은 시력이 떨어져 가까운 사람도 분간이 안 된다고 호소한 것이다. 세종은 결국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2일에 세자로 하여금 강무하게 하는 전지를 초하도록 하는데, 이는 안질(眼疾) 때문이라고 적어 놓았다.

세종 23년 2월 20일의 기록에는 ‘임금이 안질로 공사업무 축소를 승정원에 전지하다’라고 기록돼 있으며, 같은 해 4월 9일에는 “내가 안질을 얻은 지 이제 4, 5년이나 되었는데, 금년 정이월에는 왼쪽 눈이 거의 실명하다시피 했다. 목욕한 뒤부터는 매우 신효(神效)가 있어 실명하는 데에 이르지 않았다”고 얘기해서 일반적인 눈병 정도가 아니라, 실명할 위기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치료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종은 온갖 노력을 다한다.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23년 윤11월 20일에는 중국에서 약을 구하는 기록이 나오고, 세종 25년 1월 10일의 기록에는 눈 치료를 위해 온천욕을 세 번이나 했다는 기록이 나오며, 26년 1월 27일의 기록에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초수(椒水)라는 물이 있는 곳을 아뢴 자에게 목면을 하사하고 거둥하여 안질을 치료하고자 행궁(行宮)을 세우게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다음해인 27년 3월 16일에는 안질약을 바친 백성에게 물품을 하사한 기록이 나오는데, 드디어 세종 31년 12월 3일의 기록에 “나의 안질은 이미 나았다”는 말이 나온다.

원래 실명의 주요원인은, 눈에 이물질이 생기는 백내장이나 안압이 상승되는 녹내장 그리고 당뇨나 기타 질병 등이 동반된 망막질환들이다. 하지만 세종 24년 8월 24일의 기록에서 서류를 볼 때 “반쯤 읽고는 눈을 감고 쉬어야 다음을 펴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언급한 것을 미뤄 볼 때, 눈을 너무 혹사해서 생긴 증상이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에서는 독서로 눈이 나빠진 경우에 대해 언급해 놓았는데, 사람이 눈을 많이 사용하면, 혈(血)을 상하게 되고, 눈도 따라서 손상된다고 했다. 또한 글을 과도하게 읽으면 간(肝)을 상하게 되는데, 간이 상하면 풍열(風熱)이 나고 열기가 상승해 눈을 침침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므로 ‘노안(老眼)’이라고 무조건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한의원에서 진단부터 받아보길 권고한다. 세종은 한약으로 실명의 위기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