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代 노인 급격한 체력 저하… 저체온증으로 사망 가능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남겨진 머리카락 경찰의 DNA 감식 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처음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야산 아래 밭에서 22일 오전 경찰과 취재진이 사체의 머리카락과 뼛조각(점선)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에 쫓기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야산 매실밭에서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쯤 자신의 고추밭에서 일하다 밭을 둘러보던 이 마을 주민 박모(77) 씨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박 씨는 평소처럼 이날도 고추와 매실나무, 수박 등을 심은 야산 자락의 밭에 올라 한 바퀴 둘러봤는데 밭 한쪽 풀숲이 꺾여 눕혀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고 여긴 박 씨는 수풀을 헤집고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심하게 부패해 뼈까지 보이는 초라한 행색의 시신이 눈에 띈 것이다.

심하게 부패한 시신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반듯이 누워 있었고 머리카락은 백발이 성성했다. 박 씨는 “초봄 옷차림의 점퍼에 운동화는 무척이나 오래돼 보였다”며 “시신의 행색이 노숙자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유 전 회장이 입었던 상의 점퍼는 고가의 이태리제 ‘로로피아나’ 제품으로 확인됐으며 신발도 ‘와시바’라는 고가의 명품으로 밝혀졌다.

유 전 회장 시신 옆에는 막걸리와 소주 등 술병이 놓여 있었으며 칠순 노인의 힘겨운 산행을 반영하듯 벗어 놓아둔 신발은 심하게 낡고 닳은 상태였다. 또 현장에는 한국제약 생산 스쿠알렌 빈병 1개와 순천에서 제조한 막걸리 빈병 1개, 소주 빈병 2개, 천으로 된 가방 1점, 직사각형 돋보기 등이 함께 발견됐다. 스쿠알렌 병에는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돼 있었다.

박 씨는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비가 한창 내리던 시기였다”며 “비가 내리고 무척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시신 부패가 빨리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된 곳은 왕복 4차로에서도 언덕을 한참 오르고 할머니가 홀로 거주하는 주택 옆 철조망 문을 지나 다시 100여 ｍ를 올라야 다다르는 매실밭이다. 이곳은 웬만해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 전 회장이 한때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치재휴게소 인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주민들은 송치재에서 이곳까지 큰 도로를 거치지 않고 아랫마을 야산을 타고 넘는 샛길을 통해서도 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 전 회장이 검경의 추적을 피해 송치재휴게소의 산장에서 약 2.5㎞ 떨어진 매실밭까지 걸어왔다가 현장에 머물면서 밤이 되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호(법의학) 전북대 교수는 특히 “자살이나 타살 흔적이 없다면 70대 노인의 급격한 체력 저하에 따른 신체이상이나 저체온증이 주요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경찰은 시신이 노숙자인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변사자를 서둘러 수습해 갔다. 이후 DNA 감식 결과 송치재 산장 채취 체액과 금수원 내 유 전 회장 집무실 채취 DNA시료와 정확히 일치하면서 초라한 행색의 ‘노숙자 변사체’가 그동안 경찰과 검찰이 쫓던 유 전 회장임이 최종 확인됐다.

또 21일 냉동실에 안치된 시신 우측 손 두 번째 손가락 지문 채취 결과 유 전 회장으로 또다시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은 세모그룹 회장으로, 구원파의 ‘실질적 교주’로 화려했던 73년의 생활을 그렇게 비참하게 마감했다.

순천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검찰은 세월호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 전 회장이 정·관계 및 금융계에 로비했거나 세모 법정관리가 부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양자 씨는 유 전 회장의 처남과 재혼한 사실이 없어 바로잡습니다. 유 전 회장은 극동방송국 근무 당시 운영 주체인 팀선교부와 원만한 합의 하에 결별했음을 확인했습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은 신도들이 참고인들을 위협하거나 협박했다는 주장과 유 전 회장이 교주라는 주장, 신도 및 직원들에게 사진을 강매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작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보도와 달리 ‘천해지’는 ‘하늘 바다 땅’, ‘아해’는 ‘어린아이’, ‘세모’는 ‘삼각형’이란 뜻이며 유혁기·김필배·김혜경 씨 등은 세월호 사고(4월 16일) 이전에 출국했으며, 신도 양모 씨는 수억 원의 교회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실소유주가 아니며, 금수원 인근 아파트 200채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없고 신모 씨는 유 전 회장의 비서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