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블랙홀’… 野 “호남마저 흔들”

7·30 재·보궐선거에서 ‘권은희 쓰나미’가 야권은 물론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광주 광산을 전략공천 논란에 이어 남편의 부동산 재산 신고 파문까지 제기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 동력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이러다가는 수도권, 충청권은 물론이고 호남에서마저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권은희 쓰나미가 세월호 정국, 인사 참사 등 박근혜 정권 심판론 이슈 등을 모두 집어삼켜버리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21일 TBS라디오에 출연 “호남에서도 4곳 중에서 3곳을 제외하고는 전국 어느 곳 하나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는 선거 치르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주 사무총장의 발언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에서는) 5곳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철옹성’인 호남에서마저 패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선거 분위기가 얼마나 침체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인 송호창 의원은 22일 MBC라디오에 출연, “원래 대통령의 임기 초반 1년 반이 되는 시점에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며 “젊은 사람이나 회사에 다니는 사람, 특히 대학생들 같은 경우는 아예 휴가나 방학으로 선거 지역에 없는 그런 가운데서 투표율이 30%도 안 되지 않을까”라고 극도의 우려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야권 후보들은 여론조사상으로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이번 재·보선에서 수원 병(팔달)에 나선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는 경인일보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케이엠조사연구소, 18∼19일 수원병 지역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4명 대상, 유선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포인트)에서 37.1%의 지지율에 그쳐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39.8%)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경인일보의 8일 전 조사에서 손 후보는 39.1%의 지지율로 김 후보(34.6%)를 4.5%포인트 앞섰다. 수도권에서 수원병과 함께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졌던 경기 평택을에서도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가 정장선 새정치연합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언제 역전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