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18년째 400달러… 해외여행 면세 한도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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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3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유모(45) 사장. 올해 상반기에 업무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다녀오면서 양주 한 병과 부인에게 줄 화장품 하나를 샀다. 귀국 편에 세관에 낼 휴대품신고서를 쓰면서 그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국내외 면세점을 합해 기본면세가 1인당 400달러 이내인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해외여행이 이젠 특권도 아니고, 나 같은 사람은 진짜 업무 때문에 가는 것이고 사봐야 술, 화장품, 액세서리 정도인데, 조금 상향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다만 현재 소비심리가 바닥이고,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에서 면세 한도를 올리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현재보다 200달러 높인 600달러 정도로는 올려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재계,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난 1996년 이후 18년째 400달러로 묶여 있는 면세한도 조정 여부가 관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오는 8월 초순 세법개정안 발표때 상향 여부를 반영할지 신중히 살피고 있다. 소득이 높아진 만큼 현실성 있게 소폭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세제 측면에서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만큼 무리한 상향 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2일 기획재정부,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는 1996년 기본 면세한도 400달러, 별세 면세한도 최대 약 500달러로 운영중이다. 즉 외국에서 구매하거나 선물로 받은 물품과 국내외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합쳐 400달러까지 관세가 면제되며, 술 1병, 담배 1보루, 향수 1병은 추가로 면세된다.

면세범위가 처음 정해진 시기는 1976년 4월 26일. 당시 우리나라의 면세범위는 10만 원이었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이란 양대 행사를 치른 후 국제적 위상이 오른 점, 국제수지 흑자 및 해외여행 자유화 추세를 반영해 1988년 12월 1일자로 30만 원으로 상향했다. 이때 1인당 국민소득은 4548달러였다. 1996년에는 면세기준이 달러로 바뀌면서 400달러로 고정됐다. 실상은 1988년 이후 26년째 변동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인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당시에도 주요국가보다 면세한도가 낮고 급증하는 해외여행객들의 편의를 높여주자며 면세한도 상향이 활발하게 다뤄졌지만 정부는 결국 유보 결정을 내렸다. 당시 관세청은 “면세한도를 600∼1000달러 수준으로 높일 필요는 있지만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고 특정계층에 면세 혜택을 높여 과세 형평성과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 추진 등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발표했다. 이 논리는 면세한도 상향을 반대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왔다.

3년 만에 다시 불씨가 지펴진 것은 올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면세기준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2013년 2만6025달러)에 걸맞지 않은 간판 규제사례로 제시하며 개선을 요구하면서부터.

기재부가 연구용역을 맡긴 산업연구원(KIET)도 소득수준 향상, 국민들의 해외여행 증가, 다양한 해외구매 요구 수준 등을 반영해 조정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안으로 400달러(현행유지), 2안으로 50% 높인 600달러, 3안으로 적극적 조정안인 100% 상향조정한 800달러를 제시했다. 국회에도 면세한도를 80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행객이 늘면서 해외에서 국내로 가져오다 면세한도를 넘겨 유치되는 건수도 계속 증가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면세한도 상향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면세한도가 너무 낮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도를 넘기고 이를 의식해 짐에 꽁꽁 싸매서 들여오다가 적발되곤 한다는 것.

반면 일반 납세자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무리한 상향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갑순(경영학) 동국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 간의 형평을 거론하자면 우리나라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만 조세 관점에서 보면 해외여행을 할 때는 더 적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는 만큼 무리한 상향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부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거나 이로 인한 위화감 조성, KIET도 지적했던 서비스 수지 악화, 국내 산업 피해 등의 부작용을 꼽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상길 기재부 관세제도과장은 이에 대해 “각계 여론과 용역 결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향할지, 유지할지의 최종 결론은 8월 8일을 전후로 한 세제개편안 발표때 확정지어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