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세월호 침몰 3일뒤부터 밀실제작 도피준비

검찰은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혔지만, 신병 확보 등에 있어 안이한 모습을 보였다. 유 전 회장 측이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사전 준비 하에 도피 행각에 나선 반면, 검찰은 계속 ‘뒷북’만 치는 모습을 계속 드러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는 세월호 침몰 3일 만인 지난 4월 19일부터 도피를 준비했다. 장남 대균(44) 씨가 프랑스로 출국하려다 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직후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모두 출국금지 조치를 하긴 했지만, 대균 씨의 해외도피 시도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족회의 후 대균 씨는 곧바로 도피를 시작했고, 유 전 회장은 머물고 있던 경기 안성 금수원에 압수수색 정보가 있자 4월 23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집 등으로 도피한다.

유 전 회장은 장기도피할 장소를 모색했고 5월 2일 측근 중 처음으로 송국빈(62·구속기소) 다판다 대표가 구속되자, 그 다음날 곧바로 전남 순천 송치재 ‘숲속의 추억’ 별장으로 향했고, 20억 원 정도의 도피자금도 가지고 갔다. 유 전 회장은 목수인 양회정(55·지명수배) 씨를 운전기사로 데려가 검찰 급습에 대비해 별장 수리를 시키는 모습까지 보였다. 양 씨는 유 전 회장이 별장 압수수색 당시 숨었던 9.9㎡(3평) 크기 벽 속 밀실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또 다른 장기 은신처도 마련해 놓았다. 4월 말 유 전 회장 매제인 오갑렬(59) 전 체코 대사 부부는 경기 양평에 있는 한 구원파 신도 소유의 별장을 둘러보고 갔으며, 도피 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5500만 원을 건넸다. 검찰 추적망이 좁혀올 경우 이동할 곳을 준비해둔 것이다. 검찰은 이 별장을 지난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5월 12일 대균 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그제서야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금수원을 찾아가는 등 유 전 회장에 대한 소재 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있었던 5월 20일에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가 서울 등 신도 집에 은신한 거 같다”고 밝혔다. 거의 한 달 전 버전을 그제서야 파악한 것이다.

검찰은 5월 22일 유 전 회장 구속영장 발부 이후 대대적인 추적 작업을 벌였고, 5월 24일 유 전 회장 소재지를 전남 순천 인근으로 특정하고,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숲속의 추억’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유 전 회장 측은 문을 잠궈 압수수색을 5시간 이상 지연시켰고 비서 신모(여·33·구속기소) 씨는 유 전 회장을 벽 속에 숨겼다. 신 씨는 검찰이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할 때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쓰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검찰은 벽 속의 밀실을 찾아내지 못한 채 압수수색을 마쳤다. 검찰은 압수수색 후 잠복근무 인원도 1명 남기지 않고 돌아가 유 전 회장이 별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순천 = 박영수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검찰은 세월호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 전 회장이 정·관계 및 금융계에 로비했거나 세모 법정관리가 부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양자 씨는 유 전 회장의 처남과 재혼한 사실이 없어 바로잡습니다. 유 전 회장은 극동방송국 근무 당시 운영 주체인 팀선교부와 원만한 합의 하에 결별했음을 확인했습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은 신도들이 참고인들을 위협하거나 협박했다는 주장과 유 전 회장이 교주라는 주장, 신도 및 직원들에게 사진을 강매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작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보도와 달리 ‘천해지’는 ‘하늘 바다 땅’, ‘아해’는 ‘어린아이’, ‘세모’는 ‘삼각형’이란 뜻이며 유혁기·김필배·김혜경 씨 등은 세월호 사고(4월 16일) 이전에 출국했으며, 신도 양모 씨는 수억 원의 교회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실소유주가 아니며, 금수원 인근 아파트 200채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없고 신모 씨는 유 전 회장의 비서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