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공조 처음부터 없었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추적했던 검찰과 경찰이 부실한 공조로 유 전 회장 검거 기회를 수차례 놓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특별 수사팀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경찰에 중요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으며 사실상 경찰을 배제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24일 검경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은신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을 급습했지만, 유 전 회장이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에 숨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검거에 실패했다. 검찰은 다음날에도 숲속의 추억에 대해 재수색을 실시하고, CCTV까지 설치했지만, 통나무 벽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검찰은 또 5월 25일 숲속의 추억 급습 전, 별장 인근 구원파 순천교회 ‘야망연수원’에서 자고 있던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 씨도 코앞에서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을 배제한 채 체포작전을 벌인 검찰은 눈앞에서 유 전 회장 및 양 씨를 놓친 사실마저 경찰에게 전혀 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찰이 유 전 회장이 머물던 별장에서 현금 8억3000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를 든 돈 가방 두 개를 발견한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만약 경찰이 돈가방 압수 사실을 알았다면, 유 전 회장이 호화 도피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주변 산이나 밭 등을 집중 수색하는 결정을 내렸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을 급습하고 범인을 잡는 것은 경찰이 전문가”라며 “5월 25일에 검경이 합동 검거 작전을 펼쳤다면, 순천 지역 사정에 밝은 경찰이 대거 투입돼 결과가 좋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거 작전 초기부터 검경이 공조 문제로 삐걱거려 경찰도 ‘건성건성’ 수색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검찰도 문제지만,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며 소극적으로 수색에 나선 경찰도 문제”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