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70주년 日 ‘원폭돔’… 지진으로부터 지켜낼 방법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원폭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폭 투하 이전 물산진열관으로 문을 열었을 당시의 모습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히로시마시의 일명 ‘원폭돔’이 내년 피폭 70주년을 맞아 추진되는 내진(耐震) 공사를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현은 원자폭탄의 공포와 피해를 알리는 상징으로 활용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원폭돔이 지진 등 자연재해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내진공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법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 이상 무너져내린 건축물의 내진 공사가 시행된 전례가 없는데다, 세계적인 문화재로서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어 전문가들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폭돔 지하에는 피해자들의 유골이 묻혀 있어 땅을 파는 공사조차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폭돔은 1915년 히로시마현이 ‘물산진열관’이라는 이름으로 완공한 3층 건물이다. 건물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지점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건물 표면이 섭씨 3000도까지 치솟고 건물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그러나 동판으로 만들어진 중앙의 돔 부분은 일부 외벽과 함께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히로시마시는 종전 이후인 1955년 원폭 투하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상징적인 건물로 삼아 원폭돔을 철거하지 않고 주변에 위령비와 ‘히로시마 평화기념 자료관’을 지었다. 2005년부터는 원폭돔을 영구적으로 보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장기간 유지, 관리하기 위한 추가 공사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향후 예상되는 진도 6의 지진을 감안해 내진 설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형체만 남아있는 건물에 추가 공사를 진행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히로시마시 원폭돔 보존기술지도위원회 회원인 기타가와 요시카즈(北川良和) 전 일본지진공학회 회장은 돔 지하 5∼20m 지점을 터널 모양으로 도려내 면진부재를 투입, 지진파를 흡수시키는 공법을 제안하고 있다. 반면 보존기술지도위원회의 또다른 전문가인 미우라 마사유키(三浦正幸) 히로시마대 교수는 “원폭돔 아래에 유골이 묻혀 있다”면서 “위령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하를 파는 것은 무덤을 파헤치는 것과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우라 교수는 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보강 공사로 철골 지지대를 올리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균열이 일고 있는 돔 부분에 첨단 합성수지를 주입해 건물을 지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세계 문화유산 등록을 심사하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관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일본 위원회의 하나자토 도시카즈(花里利一) 미에(三重)대 교수는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는 최소한도로, 미래에 철거가 가능한 공법으로 (공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확실한 내진방법이 없어 히로시마시가 어려운 판단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