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개선” 믿고 발랐다가 ‘피부 트러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현혹, 오인케 하는 화장품법을 위반한 허위·과장광고가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사이트에서는 표시·광고 금지 표현을 쓴 화장품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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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는 보톡스’ ‘복합체 단백질과 결합해 근육을 이완시켜 주름을 없애 준다’ ‘손상된 DNA를 복구시키고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사용 2주 뒤면 피부 가려움이 39% 줄어든다’.

마치 의약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케 하거나 혼란·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화장품 허위·과장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 규모는 7조97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늘고, 생산실적도 2009년부터 5년간 연평균 11.4%에 달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성장세다. 수출도 중국, 동남아 등지의 한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해 ‘수출 효자’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틈새를 이용한 무분별한 광고 행태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부작용 등 소비자 피해도 나타나 업계의 자정과 함께 벌칙, 사전심의제도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23일 살펴본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필러 효과 화장품’ ‘뿌리는 보톡스 화장품’ 등의 검색어만 입력해도 어렵지 않게 허위·과장광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용’ 문구를 쓴 업체만 해도 수십 군데가 눈에 띄었다.

A 사이트에서는 ‘꺼진 이마와 볼은 채워주고, 강력하게 주름을 개선해 당신을 어려 보이게 한다. 시술 없이 단지 바르는 것만으로도 주름을 개선한다’ 등의 단정적 표현을 쓴 광고가 있었지만 부작용을 유의하라는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B 사이트에서도 ‘○○성분이 다른 복합체 단백질과 결합해 근육을 이완시켜 주름을 없앤다. 여드름성 피부 주요 4가지 증상에 맞서는 특별한 성분으로 이제 여드름성 피부도 행복해진다’ 등의 써서는 안 될 표현을 쓰고 있었다.

현재 화장품법 제13조와 같은 법의 시행규칙 22조는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기능성화장품의 안정성·유효성에 관한 심사를 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그밖에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는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소비자를 허위·과장광고로부터 보호하고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 판매자가 화장품의 표시 광고를 적정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장품 용기 포장 또는 첨부문서의 표시 또는 광고에 사용하는 표현의 예시를 정한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가이드라인’도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토피를 개선한다’ ‘모낭충을 제거한다’ ‘여드름을 개선·예방·억제한다’ ‘기미·주근깨를 없앤다’는 표현은 쓸 수 없다. 또 심신피로 해소, 항균, 살균·소독, 항염·진통, 해독, 이뇨, 항암, 근육 이완, 통증 경감 등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지만 법과 현실은 따로 돌아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목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화장품 허위·과장광고로 적발돼 사이트 차단, 시정조치, 고발, 행정처분, 수사의뢰 된 건수는 무려 2만1347건에 달했다. 2009년에 247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지적은 최근 화장품회사들의 대변단체인 대한화장품협회의 광고자문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올해 5, 6월에 4차례 열린 광고자문위에 들어온 324건에 대해 검토한 결과, 적합은 122건이었고, 나머지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컨대 ‘○○○은 프랑스 최고의 코스메틱 업체’ ‘2명의 안과의사들이 사용하는 ○○○아이크림, 어려 보이는 피부의 비밀이죠’ ‘높은 수준의 에너지를 피부 세포에 전달, 신진대사를 촉진’ ‘스테로이드 무검출 안정성 인증, 스테로이드 검사 완료’ 등이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시스템(CISS)에 접수된 화장품 위해정보도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58건에 달하는 등 허위·과장광고와 제품의 부작용에 따른 피해도 점증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C 씨의 경우 지난 4월 17일 노상에서 구입한 화장품 세트를 쓴 후 피부에 홍반, 여드름,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는 피부과 진단 결과, 이 화장품을 쓰지 말고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내용증명까지 발송했지만 반송 당했다. D 씨도 지난해 11월 말에 길거리에서 권유를 받고 구입한 화장품을 쓴 후 피부트러블이 생겨 올해 1월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첨부해 내용증명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D 씨는 “사업자가 2개 제품만 반품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입할 때 화장품의 효능을 벗어나는 의약품의 효능·효과에 현혹돼 제품을 구입해서는 안 되며 식약처 홈페이지의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의 예시 등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특히 화장품은 중소 업체가 난립하는 만큼 신뢰할 만한 구입처에서 제품을 면밀히 따져보고 구입하고, 환불규정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최준영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