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의 심장’ 압력관 교체… 월성1호기 재가동 ‘이상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월성원자력발전 1호기는 지난 2012년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한 후 계속운전을 위해 주요 설비 부품을 교체하는 등 새 발전소로 탈바꿈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 21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월성 1호기)의 터빈 홀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히 계획예방 정비를 하고 있었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서울 여의도 두 배에 가까운 크기로 현재 16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월성본부에는 6기의 원전이 있는데 이 중 국내 두 번째로 지어진 월성 1호기(가압 중수로형·678㎿)는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했다. 이후 가동이 완전히 중단돼 있다.

원전은 18개월 정도를 한 주기로 계획예방 정비를 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이후 전력 생산을 위한 가동이 중지된 상태지만 시험 가동을 지속했기 때문에 이미 한 주기가 끝난 셈이다. 물론 시험 가동 기간은 추가 설계수명 10년에 포함된다. 따라서 만약 오는 8월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계속운전을 승인할 경우 한 주기를 뺀 8년여도 채 남지 않는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가동 중단으로 매일 10억 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전력 수급 정상화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월성 1호기가 재가동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계속운전을 위해 월성 1호기에 5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원전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 개선을 통해 새 발전소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규찬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홍보팀장은 “월성 1호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위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압력관과 주요 부품 교체 등 9000여 건의 설비 개선 및 부품 교체 작업을 벌였다”며 “가동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새 원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운전은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이 안전성 검증 후 10년간 추가로 가동하는 것”이라며 “운전면허를 10년마다 갱신하고, 자동차 정기점검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7기 중 35%인 150기가 계속운전 중이거나 승인을 받았고, 미국은 가동 원전 104기 중 72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월성 원전 관계자들은 “월성 1호기를 계속운전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신규 원전 건설비용 2조5000억 원의 5분의1에 그쳐 경제성이 높다”며 “10년 동안 계속운전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기간에 생산되는 전력을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면 각각 1조7000억 원, 7조6000억 원이 더 든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2009년 12월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을 낸 후 이듬해인 2010년 12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서류적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월성 1호기는 정부에 계속운전을 신청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6월 수명을 다하고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17년 6월까지 운영되는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와는 비교된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안전기준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의 경우 2006년 6월 계속운전 신청이 접수돼 1년 6개월 만인 2007년 12월 재가동 허가가 났다.

한수원은 지난해 국정과제로 채택된 원전 안전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자연재해 등 극한 상황에서 원전의 대응능력 평가)를 마치고 원안위에 보고서 제출을 마쳤다. 하지만 민간검증단으로 구성된 총괄기술협의회가 스트레스 테스트 관련 보고서를 추가로 만들고 있다. 두 개의 보고서 검토가 끝날 경우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한 승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한수원은 내다보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원전이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로, 유럽연합에서 맨 처음 도입했고 국내에서도 박근혜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돼 도입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월성 1호기는 안전 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우선 노심 손상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소제거설비(PAR)를 설치해 수소 폭발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다. 또 삼중수소제어설비와 지진 자동정지설비, 격납고 여과배기 계통 등을 새로 설치했다. 특히 정전 때 원전에 긴급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발전차량도 확보했다. 이러한 장비 교체 및 설치 등에 수천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팀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