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칼’ 최재경 결국 옷 벗다

검찰 특수수사의 정점에 선 인물로 평가받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사표가 수리되면 26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게 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나흘 만에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착수했던 최 지검장은 ‘유병언 검거’에 발목이 잡혀 검사 인생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 지검장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평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일했다. 대검 중수1과장·수사기획관·중수부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특수수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론스타 사건, 2007년 제이유 사건 등을 지휘하며 ‘검찰 최고의 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대구고를 나온 최 지검장은 검찰 내부에서는 TK(대구·경북) 최대 기대주로 꼽힌다.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있던 2008년 세종증권 매각 비리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재판에 넘겼고,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기초를 다졌다.

2012년 대검 중수부장 때는 중수부 폐지 문제를 놓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해 ‘검란 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 지검장은 당시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이번 유병언 전 회장 일가 경영비리 혐의 수사에서도 최 지검장의 스타일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구속, 재산추징보전 등이 이뤄졌다. 지난 5월 중순 최 지검장은 유 전 회장을 검거할 때까지 무기한 철야 근무를 선언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고검장 인사에서 탈락했던 최 지검장이 중요한 수사를 맡아 재기의 기회를 맞게 됐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검찰이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안 비밀 공간에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지검장은 또다시 사표를 내게 됐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